1. 국호
스페인의 정식 국명은 스페인 왕국(Reino de España레이노 데 에스파냐스페인어)이며, 일반적으로 스페인(España에스파냐스페인어)으로 불린다. 1978년 스페인 헌법에서는 공식적인 국명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헌법 내에서 '에스파냐'(España에스파냐스페인어)라는 표현은 23회, '스페인국'(Estado español에스타도 에스파뇰스페인어)이라는 표현은 2회 사용되었다. '스페인 왕국'이라는 명칭은 헌법에 등장하지 않지만, 외교 관계 등에서 널리 사용된다. 1984년 스페인 외무성은 국제 조약에서 '스페인'과 '스페인 왕국'을 동등하게 간주한다는 법령을 발표했으며, 현재 국제 조약, 국제기구 문서, 국내 공식 문서 및 외교 문서에서 '스페인 왕국'이 공식 국명으로 자주 사용된다.
한국어 국명 '스페인'은 영어 'Spain스페인영어'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다시 스페인어 '에스파냐'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스페인을 한자로 '西班牙시반야중국어'(서반아)로 표기하며, 약칭으로 '서(西)'를 사용한다. 에도 시대 이전의 일본에서는 스페인어 발음에 더 가까운 'イスパニア이스파니아일본어' 또는 'イスパニヤ이스파니야일본어'라는 호칭이 사용되었다.
'에스파냐'의 어원은 고대 로마인들이 이베리아반도를 부르던 '히스파니아'(Hispania히스파니아라틴어)에서 유래했다. '히스파니아'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 페니키아어 어원설:
- 'i-shphan-im이-슈판-임페니키아어': "토끼(바위너구리)의 섬" 또는 "금속의 땅"을 의미한다고 한다. 로마 제국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대의 동전에는 토끼와 함께 있는 여신상이 새겨져 있으며, 스트라본은 이베리아반도를 "토끼의 땅"이라고 불렀다. 페니키아인들이 토끼와 바위너구리를 혼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페니키아어 'spy스피 (금속을 벼리다)페니키아어'(금속을 벼리다, 단조하다)에서 파생된 'i-spn-ya이-스픈-야페니키아어'가 "금속이 단조되는 땅"을 의미한다는 설도 있다. 이 설은 이베리아반도의 풍부한 금광과 관련하여 제기되었으며, 셈어 문헌학 전문가인 Jesús Luis Cunchillos헤수스 루이스 쿤치요스스페인어와 José Ángel Zamora호세 앙헬 사모라스페인어가 주장했다. 현재 이 설이 가장 유력한 어원설 중 하나로 여겨진다.
- 고대 그리스어 어원설: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탈리아를 "서쪽 땅" 또는 "해가 지는 땅"이라는 의미의 'Ἑσπερία헤스페리아고대 그리스어 (1453년 이전)'로 불렀고, 더 서쪽에 있는 이베리아반도를 'Hesperia ultima헤스페리아 울티마라틴어'(궁극의 서쪽 땅)로 칭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 바스크어 어원설: 바스크어 'Ezpanna에스판나바스크어'(가장자리, 경계)에서 유래했다는 설로, 이베리아반도가 유럽 대륙의 남서쪽 끝에 위치한 점을 가리킨다.
- 이베리아어 어원설: 르네상스 시대 학자 안토니오 데 네브리하는 '히스파니아'가 이베리아어 'Hispalis히스팔리스 (서쪽 세계의 도시)xib'에서 변형되었다고 주장했다.
'에스파냐'라는 명칭은 오랫동안 이 지역을 가리키는 통칭으로 사용되었다. 1492년 카스티야 왕국과 아라곤 왕국의 통합 이후에도 군주는 연합 왕국의 공동 군주였으며, 궁정, 의회, 정부는 각 구성국별로 유지되는 복합군주제 국가였다. 1624년 재상 올리바레스 백작공이 국왕에게 "스페인 국왕" 칭호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1707년 누에바 플란타 칙령으로 복합 왕정이 폐지되고 단일 중앙집권 국가가 되었으나, 이때도 '스페인'은 공식 국호가 아니었다. 공식적으로 '스페인 국왕' 칭호가 사용된 것은 1808년 나폴레옹의 형 호세 1세가 즉위하면서부터였다. 현재의 스페인의 국기는 1785년에 처음 등장했다.
1978년 스페인 헌법에서 공식 국명을 정하지 않은 것은, 군주제는 유지하되 국왕의 역할을 상징적인 존재로 바꾸고 국가 운영의 중심을 국민이 선출한 의회로 옮긴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였다.
2. 역사
스페인의 역사는 선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민족과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복잡하게 전개되었다. 로마 제국의 지배, 서고트 왕국의 성립, 이슬람 세력의 정복과 레콩키스타, 통일 왕국의 형성과 대항해시대를 거쳐 광대한 스페인 제국을 건설했으나 점차 쇠퇴하였고, 20세기에는 공화정, 내전, 프랑코 독재 시기를 거쳐 민주화와 유럽 연합 가입을 통해 현대 국가로 발전했다.
2.1. 선사 시대와 고대

이베리아반도에는 약 120 만 년 전부터 호미니드가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아타푸에르카 유적지에서 그 증거가 발견되었다. 약 3.50 만 년 전에는 크로마뇽인이 피레네산맥을 넘어 이주해 왔다. 이 시기의 가장 유명한 유물로는 북부 칸타브리아 지방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가 있으며, 이는 기원전 15,000년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철기 시대에는 이베리아반도의 지중해 연안과 북동부에서 남서부에 걸쳐 이베리아인이, 대서양 연안과 북부 및 북서부에는 켈트족이 거주했다. 반도 내부에서는 두 민족이 섞여 켈티베리아인 문화를 형성했다. 서부 피레네산맥 지역에는 바스크인이 자리 잡았다.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는 기원전 1100년경 스트라본의 《지리지》에 언급된 타르테소스 왕국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500년에서 300년경에는 페니키아인과 고대 그리스인들이 지중해 연안에 식민 도시를 건설했다. 포에니 전쟁 과정에서 카르타고가 일시적으로 지중해 연안 대부분을 지배했으나, 전쟁에서 패배한 후 로마 제국의 지배로 대체되었다.
2.2. 로마 제국과 서고트 왕국

기원전 202년, 제2차 포에니 전쟁의 결과로 로마는 이베리아반도 연안의 카르타고 식민 도시들을 점령했으며, 이후 약 2세기에 걸쳐 반도 거의 전역으로 지배권을 확장하여 히스파니아 속주를 설치했다. 로마의 지배는 500년 이상 지속되었으며, 이 기간 동안 로마법, 라틴어, 로마식 도로망이 도입되었다. 원주민인 켈트족과 이베리아인은 점차 로마화되었고, 그 지도자들은 로마 귀족 계층에 편입되었다. 히스파니아는 로마의 중요한 곡창지대였으며, 항구를 통해 금, 양모, 올리브유, 포도주 등을 수출했다. 기독교는 1세기에 전파되어 2세기에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현재 스페인의 언어, 종교, 법률 체계의 근간은 대부분 이 시기에 형성되었다.
409년 로마 제국의 쇠퇴와 함께 게르만계 민족인 스에비족, 반달족, 알란족이 이베리아반도로 침입했고, 이후 서고트족이 뒤따랐다. 410년경 스에비족은 갈리시아와 북부 루시타니아(현재의 포르투갈)에 스에비 왕국(갈리시아 왕국)을 세웠고, 반달족도 갈리시아 남부부터 도루강 유역에 이르는 지역에 왕국을 건설했다. 415년경 남부 갈리아에 서고트 왕국을 세운 서고트족은 418년경 히스파니아 전역을 장악했다. 552년 동로마 제국이 지브롤터 해협의 제해권을 확보하고 로마 제국 재건을 위해 남부에 Spania스파니아라틴어 속주를 설치하기도 했으나, 서고트 왕국은 이를 다시 정복했다. 589년 톨레도 교회회의에서 레카레드 1세 국왕이 아리우스파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면서, 가톨릭이 이베리아반도 기독교의 주류가 되었다.
2.3. 이슬람 지배와 레콩키스타

711년 북아프리카에서 타리크 이븐 지야드가 이끄는 이슬람 세력인 우마이야 왕조 군대가 이베리아반도를 침공하여, 718년 서고트 왕국은 과달레테 전투에서 패배하고 멸망했다. 이로써 이베리아반도 대부분이 이슬람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고, 이 지역은 아랍어로 알안달루스로 불렸다. 북부의 일부 산악 지대(현재의 아스투리아스주, 칸타브리아주, 나바라주, 북부 아라곤주)만이 기독교 세력의 거점으로 남아 아스투리아스 왕국을 세우고, 이후 레콩키스타(국토 회복 운동)를 시작했다.
이슬람 지배하에서 기독교인과 유대인은 딤미(보호민)로서 일정 제한을 받았으나 신앙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중심을 둔 우마이야 왕조가 750년 아바스 혁명으로 멸망하자, 왕족 아브드 알라흐만 1세가 알안달루스로 피신하여 756년 후우마이야 왕조를 건국했다. 수도 코르도바는 당시 서유럽 최대 도시로 번영했으며, 지중해 무역과 문화 교류가 활발했다. 이슬람교로의 개종이 진행되어 10세기경에는 무왈라드(이베리아 원주민 출신 이슬람 개종자)가 알안달루스 인구의 다수를 차지했다.

레콩키스타는 722년 아스투리아스 왕국의 펠라요가 코바동가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여겨지며, 수백 년간 지속되었다. 739년에는 갈리시아에서 이슬람 세력이 축출되었다. 프랑크 왕국은 피레네산맥 남쪽에 기독교 백작령들을 설치했고, 이는 나중에 나바라 왕국, 아라곤 왕국 등으로 발전했다.
1031년 후우마이야 왕조가 멸망하고 알안달루스가 여러 타이파 소왕국으로 분열되자, 기독교 왕국들은 세력을 크게 확장했다. 1085년 톨레도를 탈환하면서 기독교 세력은 반도 북반부를 장악했다. 이에 북아프리카의 무라비트 왕조와 무와히드 왕조가 침입하여 일시적으로 이슬람 세력을 통합하고 기독교 세력의 남하를 저지했으나, 결국 1212년 라스 나바스 데 톨로사 전투에서 기독교 연합군이 무와히드 왕조에 대승을 거두면서 이슬람 세력은 급격히 쇠퇴했다. 1236년 코르도바, 1248년 세비야가 함락되었고, 이슬람 세력은 나스르 왕조의 그라나다 왕국만이 남아 카스티야 왕국에 조공을 바치는 처지가 되었다.
13세기와 14세기에 북아프리카의 마린 왕조가 침공했으나 이슬람 지배 재건에는 실패했다. 13세기 아라곤 왕국은 지중해를 건너 시칠리아까지 세력을 확장했다. 1348년~1349년 흑사병 대유행으로 스페인 전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2.4. 통일 왕국과 스페인 제국

1469년 카스티야 왕국의 왕위 계승자 이사벨 1세와 아라곤 왕국의 왕위 계승자 페르난도 2세의 결혼으로 두 왕국이 통합될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들은 "가톨릭 군주"로 불리며 귀족 세력을 억제하고 중앙 집권화를 추진했다. 1478년 카나리아 제도가 완전히 정복되었고, 1492년에는 마지막 이슬람 거점인 그라나다를 함락시켜 781년간의 이슬람 지배를 종식시키고 이베리아반도의 통일을 완성했다. 그라나다 조약은 무슬림의 종교적 관용을 보장했으나,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같은 해, 이사벨 1세의 후원으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으며, 스페인 종교재판이 시작되어 유대인들은 기독교로 개종하거나 추방당했다. 이후 무슬림들도 비슷한 운명을 맞이했다. 이 시기부터 로마 시대의 '히스파니아'에서 유래한 '에스파냐'(España에스파냐스페인어)가 왕국 전체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치, 법률, 종교, 군사적 개혁을 통해 스페인은 세계 최초의 패권 국가로 부상할 기반을 마련했다.
1516년 합스부르크 가문의 카를로스 1세가 스페인 국왕으로 즉위하면서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조가 시작되었다. 그는 1519년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카를 5세로도 즉위하여, 유럽의 종교 개혁에 맞서 가톨릭교회를 수호하는 역할을 했다. 16세기 전반, 에르난 코르테스, 프란시스코 피사로 등 콩키스타도르들이 아스텍 문명, 잉카 문명 등 아메리카 대륙의 문명들을 정복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노예 노동을 통해 금과 은을 채굴했고, 포토시 등의 은광에서 나온 막대한 부는 스페인 제국의 번영을 뒷받침했지만, 동시에 오스만 제국, 영국과의 전쟁 등으로 인해 많은 부가 영국과 네덜란드로 유출되기도 했다.

스페인 제국은 최성기에 브라질을 제외한 남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 대부분, 북아메리카 남부와 서부, 필리핀, 괌, 마리아나 제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북아프리카 일부 도시, 현재의 프랑스와 독일 일부,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을 영토로 삼았다. 1580년 포르투갈 왕위 계승 문제를 계기로 스페인 국왕이 포르투갈 국왕을 겸하면서 이베리아 연합이 성립되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다. 1561년 펠리페 2세는 궁정을 마드리드로 옮겨 수도로 삼았다. 이 시기는 스페인 황금시대로 불리며 문화적으로도 크게 융성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전쟁, 네덜란드 독립운동(80년 전쟁), 모리스코 반란, 오스만 제국과의 충돌, 영국과의 전쟁, 프랑스와의 전쟁 등 끊임없는 전쟁에 휘말렸다.
2.5. 제국의 쇠퇴와 근대 국가

16세기 말부터 17세기에 걸쳐 스페인은 여러 방면에서 도전을 받았다. 지중해에서는 오스만 제국과 해적의 위협에 시달렸고, 유럽 대륙에서는 프랑스와의 경쟁, 종교 개혁으로 인한 종교 전쟁에 깊이 관여했다. 1588년 무적함대가 영국에 패배하면서 해상력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30년 전쟁(1618년~1648년)에서는 신성 로마 제국을 지원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전쟁 말기에는 프랑스에 결정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러한 전쟁들은 스페인의 국력을 소모시키고 경제를 약화시켜 쇠퇴를 가속화했다. 1640년 포르투갈 왕정복고전쟁으로 포르투갈이 독립했고,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네덜란드의 독립을 승인했으며, 1659년 피레네 조약으로 프랑스에 불리한 조건으로 강화하면서 스페인의 황금시대는 막을 내렸다.
18세기 초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1701년~1714년)은 스페인 쇠퇴의 정점을 이루었다. 이 전쟁은 국제 분쟁이자 내전이었으며, 스페인은 유럽 내 영토 일부와 패권국의 지위를 상실했다. 전쟁 결과 프랑스 부르봉 가문이 스페인 왕위를 계승하여 펠리페 5세가 즉위했다. 펠리페 5세는 카스티야와 아라곤 왕국을 통합하고 지방 특권을 폐지하여 중앙 집권적인 단일 국가를 형성했다. 1713년 위트레흐트 조약과 1714년 라슈타트 조약으로 부르봉 왕조가 확립된 후, 18세기 스페인은 제국 전역에서 점진적인 회복과 번영을 이루었다. 계몽전제군주 카를로스 3세는 프랑스식 제도를 도입하여 행정과 경제 효율성을 높였고, 스페인은 일시적인 중흥기를 맞았다. 계몽주의 사상이 일부 귀족과 왕실에 영향을 미쳤으며, 미국 독립 전쟁에서는 미국 독립파를 지원하여 국제적 지위를 향상시켰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발발하자, 스페인은 1793년 프랑스 제1공화국에 대항하는 제1차 대프랑스 동맹에 참여했으나 패배하고 1796년 제2차 산일데폰소 조약으로 프랑스와 강화했다. 이후 스페인은 영국, 포르투갈에 선전포고하고 나폴레옹의 프랑스와 동맹을 맺었으나, 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영국 해군에 참패하여 해군력이 궤멸되었다.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과 여러 요인으로 경제가 붕괴 직전에 이르렀고, 1808년 3월 나폴레옹은 스페인을 직접 지배하기 위해 부르봉 왕가의 페르난도 7세를 퇴위시키고 자신의 형 조제프를 호세 1세로 스페인 국왕에 앉혔다. 이에 반발한 스페인 민중은 마드리드에서 봉기하여 반도 전쟁(스페인 독립 전쟁, 1808년~1814년)을 일으켰다. 나폴레옹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개입하여 스페인군과 영국군을 격파하기도 했으나, 스페인군의 게릴라 전술과 웰링턴이 이끄는 영국-포르투갈 연합군의 활약, 그리고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실패가 겹치면서 1814년 프랑스 세력은 스페인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페르난도 7세가 복위했다.
페르난도 7세는 복위 후 절대군주제로 회귀하려 했으나, 자유주의를 열망하는 스페인인들의 지지를 받은 라파엘 델 리에고 장군이 1820년 스페인 입헌혁명을 일으켜 전쟁 중 카디스에서 제정된 1812년 스페인 헌법을 부활시켰다. 그러나 빈 체제 붕괴를 우려한 신성 동맹의 개입으로 1823년 리에고 장군은 처형되었고, 이는 19세기 스페인의 정치적 불안정과 분열을 심화시켰다. 한편, 프랑스의 스페인 점령과 입헌혁명의 영향으로 1825년까지 시몬 볼리바르 등 리베르타도레스의 활약으로 쿠바와 푸에르토리코를 제외한 모든 라틴 아메리카 식민지가 독립했다.
19세기 스페인은 왕위 계승을 둘러싼 세 차례의 카를로스파 전쟁 등 정치적 불안정과 산업혁명 지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1873년에는 스페인 역사상 최초의 공화정인 스페인 제1공화국이 수립되었으나 이듬해 왕정복고가 이루어졌다. 19세기 후반에는 필리핀과 쿠바에서 독립운동이 발생했고, 1898년 쿠바 아바나항에서 미국 군함 메인호 폭침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개입하여 미국-스페인 전쟁이 발발했다. 이 전쟁에서 패배한 스페인은 "98년 세대"로 불리는 지식인 그룹을 탄생시키며 국가적 위기를 맞았다.
2.6. 20세기: 공화정, 내전, 프랑코 독재

스페인은 아프리카 분할에서 스페인령 사하라(서사하라), 스페인령 모로코(모로코), 스페인령 기니(적도 기니)만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제1차 세계 대전에서는 중립을 지켰으나, 전후 1920년 모로코에서 발발한 제3차 리프 전쟁에서 큰 손실을 입어 국왕의 권위가 더욱 실추되었다. 1923년부터 1930년까지 미겔 프리모 데 리베라 장군의 군사 독재 정권이 들어섰으나, 그의 사후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어 1931년 알폰소 13세 국왕이 망명하고 군주제가 붕괴되었다. 이로써 스페인 제2공화국이 성립되었고, 바스크, 카탈루냐, 갈리시아에 자치권이 부여되고 여성 참정권도 인정되었다.
그러나 좌우익 대립이 격화되면서 정치는 혼미를 거듭했다. 1936년 스페인 인민전선 정부가 수립되자 군부가 반란을 일으켜 스페인 내전(1936년~1939년)이 발발했다. 3년간의 내전 끝에 소련의 지원을 받은 공화국 정부는 나치 독일과 파시스트 이탈리아의 지원을 받은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이 이끄는 반란군에게 패배했다. 이 내전으로 스페인은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를 입어 약 50만 명이 사망하고 50만 명이 국외로 망명했으며, 사회 기반 시설이 파괴되어 국력이 크게 쇠퇴했다.

1939년 4월 1일부터 1975년 11월 22일까지 프랑코의 사망까지 36년간은 프랑코 독재 시대였다. 프랑코가 결성한 팔랑헤당(1949년 국민운동으로 개칭)의 일당제가 확립되었고, 팔랑헤당은 반공주의, 가톨릭주의, 국민주의를 내세웠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프랑코 정권은 추축국에 동조하여 독소전쟁에 의용군을 파견하기도 했으나, 공식적으로는 중립을 지켰다.
전후 스페인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고립되었고 1955년까지 국제 연합에도 가입하지 못했다. 그러나 냉전이 심화되면서 미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스페인의 국제적 고립은 완화되었다. 프랑코는 국제적인 탈식민지화 흐름에 맞춰 점차 식민지를 해방시켜 1968년 적도 기니의 독립을 인정했다. 프랑코 체제하의 스페인 민족주의는 카탈루냐와 바스크의 언어 및 문화 탄압을 동반했고, 이에 반발하여 1959년 결성된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는 바스크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테러 활동을 벌여 1973년 프랑코의 후계자로 지목된 루이스 카레로 블랑코 총리를 암살했다.
2.7. 민주화와 현대

1975년 11월 22일 프랑코가 사망하자 그의 유언에 따라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왕위에 올라 왕정복고가 이루어졌다. 후안 카를로스 1세는 독재를 지속하지 않고 스페인 1978년 헌법 제정을 통해 민주화를 추진하여 스페인은 입헌군주제 국가로 전환되었다. 1981년 2월 23일, 안토니오 테헤로 중령 등 일부 군인이 군정 복귀를 시도한 쿠데타 미수 사건이 발생했으나, 국왕이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천명하고 군부 대다수가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면서 무혈 진압되었다.
민주화된 스페인은 1982년 NATO에 가입했고, 같은 해 총선에서 스페인 사회노동당(PSOE)이 승리하여 펠리페 곤살레스가 총리가 되면서 43년 만의 좌파 정권이 탄생했다. 1986년에는 유럽 공동체(EC, 현 유럽 연합)에 가입했다. 1992년에는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개최했다. 그러나 ETA의 테러 활동은 계속되었다. 곤살레스는 14년간 장기 집권했으나, 1996년 총선에서 우파 국민당(PP)에 패배하여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가 총리가 되었다.
21세기 들어 스페인은 유럽 연합 평균을 웃도는 경제 성장을 지속했으나, 2008년 금융 위기로 큰 타격을 입었다. 2002년 페레힐섬 위기로 모로코와 긴장이 고조되었으나 미국의 중재로 전쟁은 피했다. 2003년 아스나르 총리는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고 스페인군을 파병했다. 2004년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아스나르 총리는 ETA의 소행으로 발표했으나, 3월 14일 총선에서 좌파 사회노동당이 승리하여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가 총리가 되었다. 사파테로 총리는 이라크 파병 스페인군을 철수시켰다. 이후 마드리드 테러는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사파테로 정권은 2008년 총선에서도 승리했으나, 2008년 금융 위기로 스페인 경제는 다시 큰 타격을 받았다.
2011년 총선에서는 국민당이 승리하여 마리아노 라호이가 총리가 되었다. 2014년 6월 19일 후안 카를로스 1세가 퇴위하고 아들 펠리페 6세가 즉위했다. 2017년 10월 카탈루냐 자치 정부가 독립을 선언했으나, 스페인 정부는 자치권을 박탈하고 직접 통치를 시작했다. 2018년 6월, 라호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통과되어 사회노동당의 페드로 산체스가 총리가 되었다. 2020년 코로나19 범유행으로 스페인도 큰 피해를 입었다. 2021년 9~10월에는 남동부 지방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하여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3. 지리
스페인은 유럽에서 스위스 다음으로 평균 해발고도가 높은 산악 국가로, 국토의 약 3분의 1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북부에는 피레네산맥이 프랑스와의 자연 국경을 형성하고, 대서양 연안에는 칸타브리아산맥이 뻗어 있으며, 남부에는 시에라네바다산맥이 솟아 있다. 국토 중앙부에는 광활한 메세타 고원이 자리 잡고 있다. 주요 강으로는 타호강, 에브로강, 도루강, 과디아나강, 과달키비르강 등이 있으며, 이들 강은 대부분 고원 지대에서 발원하여 대서양이나 지중해로 흘러든다.
3.1. 지형


스페인 본토는 이베리아반도 대부분을 차지하며, 동쪽과 남쪽은 지중해, 북쪽은 비스케이만(칸타브리아해), 서쪽은 대서양과 포르투갈에 접한다. 국토 중앙부의 메세타 고원은 평균 해발 600 m에서 700 m에 달하며, 이 고원을 중심으로 여러 산맥이 방사형으로 뻗어 있다.
- 주요 산맥:
- 피레네산맥: 북동부에 위치하며 프랑스와의 국경을 이룬다. 최고봉은 아네토산(Pico Aneto, 3404 m)이다.
- 시에라네바다산맥: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위치하며, 이베리아반도 본토 최고봉인 물아센산(Mulhacén, 3479 m)이 있다.
- 칸타브리아산맥: 북부 해안을 따라 동서로 길게 뻗어 있으며, 피코스데에우로파 국립공원이 유명하다.
- 이베리아산계: 북동부에서 남서 방향으로 뻗어 있으며, 메세타 고원의 동쪽 경계를 이룬다.
- 센트랄산계: 메세타 고원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마드리드 북쪽에 위치한다.
- 주요 강:
- 타호강(Tajo): 이베리아반도에서 가장 긴 강으로, 스페인 중부를 관통하여 포르투갈을 거쳐 대서양으로 흘러든다.
- 에브로강(Ebro): 북동부에서 발원하여 지중해로 흘러드는 스페인에서 가장 유량이 풍부한 강이다.
- 도루강(Duero): 스페인 북서부를 흘러 포르투갈을 거쳐 대서양으로 유입된다.
- 과디아나강(Guadiana): 스페인 중남부를 흘러 포르투갈과의 국경을 이루며 대서양으로 흘러든다.
- 과달키비르강(Guadalquivir):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을 흐르며, 세비야까지 항해가 가능하다.
- 평야 및 해안: 과달키비르강 유역의 안달루시아 평야는 매우 비옥하며, 지중해 연안과 에브로강 유역에도 넓은 평야가 발달해 있다. 스페인의 해안선은 약 4964 km에 달하며, 지중해 연안은 온화하고 관광지로 유명하며, 대서양 연안은 상대적으로 험준하다.
- 도서 지역:
- 발레아레스 제도: 지중해 서부에 위치하며 마요르카, 메노르카, 이비사 등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 카나리아 제도: 아프리카 북서쪽 대서양에 위치하며, 테네리페, 그란카나리아 등 7개의 주요 섬으로 구성된다. 스페인 최고봉인 테이데산(Teide, 3718 m)이 테네리페섬에 있다.
카나리아 제도의 테이데산. 스페인 최고봉이다. 마요르카섬 칼라 도르 해변의 항공사진
스페인의 지형은 고원, 산맥, 평야, 다양한 해안선이 어우러져 복잡하고 다채로운 자연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3.2. 기후
스페인은 지리적 위치와 다양한 지형의 영향으로 여러 기후대가 나타난다. 대체로 지중해성 기후가 우세하지만, 지역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 지중해성 기후 (Csa, Csb): 국토 대부분을 차지하며, 여름은 덥고 건조하며 겨울은 온화하고 비가 다소 내린다.
- Csa (고온 여름 지중해성 기후): 남부 지중해 연안(남동부 제외), 남부 대서양 연안, 안달루시아, 에스트레마두라, 그리고 국토 중앙부 대부분에서 나타난다. 내륙 지역(예: 카스티야-라만차, 에스트레마두라, 마드리드, 안달루시아 일부)은 겨울이 서늘하고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지만, 해안에 가까운 지중해성 기후 지역은 겨울이 온화하다.
- Csb (저온 여름 지중해성 기후): 여름이 Csa 지역보다 덜 덥고, 겨울이 서늘한 지역에 분포한다. 카스티야 이 레온 서부, 카스티야-라만차 북동부, 마드리드 북부 및 강수량이 많은 지역(갈리시아 등)에서 주로 나타난다.
- 반건조 기후 (BSk, BSh): 국토 남동부(대부분의 무르시아, 발렌시아 남부 및 중동부, 안달루시아 동부, 카스티야-라만차, 마드리드, 에스트레마두라 일부)에 주로 분포하며, 에브로강 중상류 유역(나바라 남부, 아라곤 중부, 카탈루냐 서부)에서도 나타난다. 강수량이 적고 건기가 여름 이후까지 지속되며, 평균 기온은 고도와 위도에 따라 다르다.
- 서안 해양성 기후 (Cfb): 국토 북부, 특히 대서양 연안 지역(바스크, 칸타브리아, 아스투리아스, 갈리시아 및 카스티야 이 레온 일부)에 분포한다. 나바라 북부, 이베리아산계 고지대, 피레네 계곡에서도 나타나며, 일부 지역에서는 습윤 아열대 변형(Cfa)도 관찰된다. 겨울과 여름 기온은 해양의 영향을 받아 온화하며, 뚜렷한 건기가 없다.
피코스데에우로파 국립공원 포소 데 라 오라시온에서 바라본 우루엘류봉(나랑호 데 불네스) 이 외에도 고도가 매우 높은 지역에서는 고산 기후가, 스페인 북동부 일부 지역에서는 온난 습윤 기후가, 피레네산맥, 칸타브리아산맥, 센트랄산계, 시에라네바다산맥, 이베리아산계 일부에서는 냉대 습윤 기후(Dfc, Dfb / Dsc, Dsb)가 나타난다. 알메리아, 무르시아, 카나리아 제도 동부 지역에서는 전형적인 사막 기후(BWk, BWh)도 관찰된다. 카나리아 제도 저지대는 가장 추운 달의 평균 기온이 18 °C 이상으로 열대 기후의 영향을 받지만, 건조도가 높아 사막 또는 반건조 기후로 분류된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중 하나이다. 이미 덥고 건조한 기후를 가진 스페인에서는 폭염과 같은 극한 기상 현상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으며, 가뭄 발생 빈도와 심각성도 증가하고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스페인은 태양광 및 풍력과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3.3. 생물

스페인의 동물상은 이베리아반도가 대서양과 지중해, 그리고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사이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과 다양한 기후 및 지역적 특성으로 인한 서식지 및 생물 군계의 다양성 덕분에 매우 폭넓게 분포한다.
스페인의 식생 또한 지형, 기후, 위도의 다양성으로 인해 매우 다채롭다. 스페인은 여러 식물지리학적 지역을 포함하며, 각 지역은 기후, 지형, 토양 유형, 화재, 그리고 생물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고유한 꽃의 특징을 지닌다. 2019년 기준 스페인의 산림경관 완전성 지수 평균 점수는 4.23/10으로, 172개국 중 세계 130위를 기록했다. 유럽 영토 내에서 스페인은 모든 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은 식물 종(7,600종의 관다발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스페인에는 178억 4백만 그루의 나무가 있으며, 매년 평균 2억 8천4백만 그루가 더 자란다.
이베리아반도에서는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 사라진 이베리아늑대, 이베리아스라소니, 이베리아아이벡스와 같은 고유종을 포함하여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갈색곰은 칸타브리아산맥과 피레네산맥 일부 고립된 지역에 생존해 있다. 조류 또한 매우 다양하여, 북유럽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온 철새들의 중요한 중간 기착지이자 번식지이다. 카나리아 제도는 특히 고유종이 풍부한 지역이다.
국토의 약 27%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는 유럽 연합 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이다. 스페인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50곳 이상, 국립공원 16곳 등 다양한 형태의 보호 구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식지 파괴, 기후 변화, 불법 밀렵 등은 여전히 스페인 생물 다양성에 대한 주요 위협 요인으로 남아 있다.
4. 정치


스페인의 헌정사는 1812년 헌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5년 프란시스코 프랑코 사망 이후, 스페인은 민주주의 체제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1978년 스페인 헌법은 스페인을 의회 민주주의와 입헌군주제 국가로 규정하고 있으며, 펠리페 6세 국왕이 국가 원수이다. 헌법은 권력 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 구조를 명시하며, 스페인의 통합성과 각 자치 지방의 자치권을 보장한다.
4.1. 정부 구조
스페인의 정부는 국왕을 정점으로 하는 입헌군주제 하의 삼권분립 체제를 따른다. 입법부는 양원제 의회인 코르테스 헤네랄레스(Cortes Generales), 행정부는 총리와 내각, 사법부는 독립적인 법원으로 구성된다.
4.1.1. 국왕
스페인 국왕은 헌법에 따라 국가 원수이자 군대의 최고 통수권자이다. 국왕은 국가의 통합과 영속성을 상징하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주요 권한으로는 법률 공포, 의회 소집 및 해산, 총리 후보자 지명, 장관 임명 및 해임, 국제 조약 체결 승인, 사면권 행사 등이 있으나, 이러한 권한은 대부분 의회나 정부의 제청에 따라 형식적으로 행사된다. 국왕은 국가 기관 간의 중재자 역할을 하며, 헌법 질서 수호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1981년 쿠데타 시도 당시 후안 카를로스 1세 국왕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국왕의 중재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펠리페 6세 국왕은 2014년 연설에서 왕권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 그리고 다양한 이념을 포용하고 조화시키려는 의지가 정치 체제 안정과 국가 기관 균형, 질서 있는 국가 기능 증진, 국민 통합에 기여한다고 언급했다. 국왕은 즉위 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시민과 자치 지방의 권리를 존중할 것을 선서한다. 국왕의 모든 공식 행위는 총리 또는 해당 장관의 부서(副署)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 책임은 정부에 귀속된다.
4.1.2. 의회

코르테스 헤네랄레스(Cortes Generales)는 스페인의 입법부로서, 하원(Congreso de los Diputados)과 상원(Senado)의 양원제로 구성된다.
- 하원: 총 350석으로 구성되며, 비례대표제에 따라 보통선거로 선출된다. 임기는 4년이다. 하원은 정부 구성, 법률안 심의 및 의결, 예산 승인, 정부 감독 등 핵심적인 입법 권한을 행사한다.
- 상원: 현재 265석으로 구성되며, 이 중 208석은 직접 선거로, 나머지 57석은 각 자치 지방 의회에서 지명하여 선출된다. 임기는 4년이다. 상원은 주로 지방 자치와 관련된 법안을 심의하며, 헌법 개정 절차에 참여한다.
의회는 법률 제정, 예산 심의 및 승인, 정부 활동 감독, 국제 조약 비준 동의 등의 권한을 가진다.
4.1.3. 행정부
총리(Presidente del Gobierno)를 수반으로 하는 내각은 국가의 행정을 총괄한다. 총리는 하원의 신임을 얻어 국왕이 임명하며, 각 부처의 장관을 임명하여 내각을 구성한다. 행정부는 법률을 집행하고, 국가 정책을 수립하며, 대외 관계를 담당한다. 주요 부처로는 외무부, 내무부, 국방부, 경제부, 재무부, 법무부 등이 있다.
4.2. 행정 구역
스페인은 고도로 분권화된 단일 국가로, 17개의 자치 지방(comunidades autónomas)과 2개의 자치 도시(세우타, 멜리야)로 구성된다. 각 자치 지방은 고유한 자치법을 가지며, 광범위한 입법권과 행정권을 행사한다.
자치 지방은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 특성을 기준으로 설립되었으며, 1978년 헌법에 의해 그 자치권이 보장된다. 자치 범위는 각 자치 지방마다 다르며, 카탈루냐, 바스크, 갈리시아와 같이 역사적으로 강한 정체성을 가진 지역들은 더 넓은 자치권을 누린다. 예를 들어, 바스크와 나바라는 독자적인 재정 시스템(foral provisions)을 운영한다. 각 자치 지방은 자체 의회와 정부를 가지며, 보건,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치적으로 정책을 시행한다. 바스크, 카탈루냐, 나바라 지방은 독자적인 경찰 조직(에르차인차, 모소스 데스콰드라, 폴리시아 포랄)을 운영하기도 한다.
자치 지방은 다시 주(provincias)로 나뉘며, 주는 시(municipios)로 구성된다. 현재 스페인에는 총 50개의 주가 있다. 아스투리아스, 칸타브리아, 라리오하, 발레아레스 제도, 마드리드, 무르시아, 나바라 자치 지방은 단일 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경우 주의 행정 기능은 자치 지방 정부가 직접 수행한다.
4.3. 대외 관계


프란시스코 프랑코 정권 종식 이후 민주주의 체제로 복귀하면서, 스페인의 외교 정책은 국제 사회에서의 고립을 탈피하고 외교 관계를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유럽 연합(EU) 가입과 NATO 회원국으로서의 활동은 스페인 외교의 핵심축이다. 스페인은 서유럽 이외의 국제 문제에 대해서도 EU 회원국들과의 공조를 우선시한다.
스페인은 역사적, 문화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이베로-아메리카(라틴 아메리카 및 필리핀) 국가들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언어, 상업, 역사, 문화를 통해 이베리아반도와 이들 지역을 연결하려는 "히스패니다드" 또는 "히스패니즘" 개념의 현대적 계승으로 볼 수 있으며, 공유된 가치와 민주주의 회복에 기반을 두고 있다.
주요 주변국인 프랑스, 포르투갈, 모로코와의 관계도 중요하며, 지브롤터 문제는 영국과의 주요 외교 현안으로 남아 있다. 스페인은 페레힐섬을 둘러싸고 모로코와 영유권 분쟁을 겪은 바 있으며, 모로코는 스페인령 세우타와 멜리야 및 플라사스 데 소베라니아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스페인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올리벤사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4.4. 군사
스페인군(Fuerzas Armadas Españolas)은 육군(Ejército de Tierra), 해군(Armada), 공군 및 우주군(Ejército del Aire y del Espacio)으로 구성된다. 국왕은 헌법에 따라 군대의 최고 통수권자이지만, 실질적인 지휘권은 총리와 국방부 장관에게 있다. 국방 참모총장(JEMAD)은 군사 작전을 총괄하며, 국방 참모부(Estado Mayor de la Defensa)의 보좌를 받는다.
스페인군은 2001년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했다. 2017년 기준 현역 병력은 121,900명, 예비군은 4,770명이다. 국가 비상사태 시에는 77,000명 규모의 민간경비대(Guardia Civil)가 국방부의 통제를 받는다. 스페인의 국방 예산은 2015년 기준 57.10 억 EUR(72.00 억 USD)였다. 2024년 세계 평화 지수에 따르면 스페인은 세계에서 23번째로 평화로운 국가로 평가되었다.
스페인은 NATO 회원국으로서 국제 안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유럽 연합의 공동 안보 및 국방 정책(CSDP)에도 기여하고 있다. 주요 장비로는 레오파르트 2E 전차, 알바로 데 바산급 이지스함, 후안 카를로스 1세 강습상륙함,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4.5. 인권
스페인 1978년 헌법은 "모든 스페인인과 스페인의 모든 민족이 인권, 문화와 전통, 언어 및 제도를 행사하는 것을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AI)에 따르면, 경찰의 권력 남용 혐의에 대한 정부 조사는 종종 장기화되며 처벌은 가벼운 경향이 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문제점으로 지적되지만,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스페인은 LGBT 공동체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를 제공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2013년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은 동성애 수용도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응답자의 88%가 동성애를 수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스페인은 2005년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여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이를 시행한 국가가 되었다.
2007년 스페인 의회는 스페인의 정치 및 경제 생활에서 양성평등을 증진하기 위한 성평등법을 승인했다. 2018년 9월 기준, 하원 의원 350명 중 137명(39.1%), 상원 의원 266명 중 101명(39.9%)이 여성이었으며, 이는 하원 여성 의원 비율에서 세계 16위를 기록했다. 유엔 인간 개발 보고서의 스페인 성별 권한 척도(GEM)는 0.794로 세계 12위이다.
5. 경제


스페인은 자유 시장 자본주의 요소와 복지 지출, 국가 개입을 결합한 혼합 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다. 명목 GDP 기준으로 세계 14위, 유럽 연합 및 유로존 내에서는 4번째 규모의 경제 대국이며, 연간 GDP가 1조 달러를 초과하는 19개국 중 하나이다. 세계은행은 스페인을 고소득 경제 국가로, IMF는 선진 경제 국가로 분류한다. 2024년 현재, 스페인은 세계 주요 선진 경제국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유로존 평균보다 거의 4배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의 산업화는 18세기 후반에 시작되었으나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점진적이고 불균등하게 진행되었다. 산업은 주로 카탈루냐(섬유 제조업)와 바스크 지방(철강 생산)에 국한되었다. 전반적인 경제 성장은 대부분의 서유럽 주요 국가들보다 느렸고, 20세기 초 스페인은 상대적으로 저개발 상태에 머물렀다. 스페인 내전 이후 실패한 자급자족 및 개입주의 정책은 국제적 고립으로 악화되어 1950년대 후반 경제를 붕괴 직전으로 몰고 갔다. 위기를 막기 위해 기술관료적 개혁이 단행되어 스페인 경제 기적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1960년부터 1974년까지 연평균 6.6%의 급속한 성장을 이루어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를 능가했다.
1970년대 후반 민주화 이후, 스페인은 전반적으로 경제를 자유화하고 지역 및 국제 경제 통합을 심화시키려 노력했다. 1986년 유럽 경제 공동체(EEC, 현 유럽 연합)에 가입했고, 1999년 유로화 출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과 개혁을 시행했다. 스페인의 주요 무역 및 투자 파트너는 EU 및 유로존 내에 있으며, 4대 수출 시장도 여기에 포함된다. EU 회원국 가입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해외 직접 투자가 3배 증가하는 것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스페인은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이후 유로존 부채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 중 하나였으며, 2014년까지 지속된 장기 불황을 겪었다.
스페인은 오랫동안 높은 실업률로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1980년대 이후 실업률은 8%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2025년 1월 기준 실업률은 10.61%였다. 청년 실업률은 세계 및 지역 기준으로 특히 심각하며, 2025년 1월 기준 24.90%로 EU 회원국 중 가장 높고 EU 평균 14.6%를 훨씬 웃돈다. 스페인 경제의 고질적인 약점으로는 큰 규모의 비공식 경제,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 저조한 교육 시스템, 낮은 민간 부문 투자율 등이 있다.
1990년대 민영화 물결 이후, 몇몇 스페인 기업들은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 기업은 스페인이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외국인 투자국인 라틴 아메리카에서 강력하고 선도적인 입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시아,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도 사업을 확장했다. 2023년 기준, 스페인은 연간 매출액 기준 세계 500대 기업 중 8개를 보유하고 있다 (포춘 글로벌 500). 여기에는 세계 14위 은행 기관인 산탄데르 은행, 세계 최대 재생 에너지 운영사인 이베르드롤라, 세계 최대 전화 운영사 및 이동 통신 사업자 중 하나인 텔레포니카가 포함된다. 20개의 스페인 기업이 2023년 포브스 글로벌 2000 (세계 2000대 상장 기업 순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건설(ACS 그룹), 항공(ENAIRE), 제약(그리폴스), 운송(페로비알) 등 다양한 분야를 반영한다. 또한 스페인 최대 민간 기업 중 하나는 세계 최대 노동자 협동조합인 몬드라곤 코퍼레이션이다.
자동차 산업은 스페인의 주요 고용 창출 산업이자 경제 성장의 주요 기여 요인으로, GDP의 10분의 1, 총 수출의 18%(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포함)를 차지한다. 2023년 스페인은 245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여 세계 8위, 유럽에서는 독일 다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2023년 스페인에서 제조된 자동차의 89%, 자동차 부품의 60%가 전 세계로 수출되었으며, 자동차 단독 외부 무역 흑자는 2023년 188.00 억 EUR에 달했다. 전체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약 200만 개의 일자리를 지원하며, 이는 노동력의 9%에 해당한다.
5.1. 주요 산업
스페인 경제는 제조업, 서비스업, 농업, 건설업 등 다양한 산업 부문으로 구성된다. 서비스업은 GDP와 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특히 관광 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5.1.1. 관광 산업
2024년 기준 스페인은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 국가로, 9,400만 명의 관광객을 기록했다. 같은 해 국제 관광 지출액은 약 1260.00 억 EUR에 달했다. 세계 관광 기구(UNWTO) 본부는 마드리드에 있다.
스페인의 지리적 위치, 인기 있는 해안선, 다양한 풍경, 역사적 유산, 활기찬 문화, 우수한 인프라는 스페인 국제 관광 산업을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로 만들었다. 스페인 관광 산업은 국가 경제 생활에 크게 기셔하며, 2023년 국내외 관광은 스페인 GDP의 12.3%를 차지했다.
카스티야 이 레온은 환경 및 건축 유산과 연계된 농촌 관광 분야에서 스페인을 선도하고 있다.
5.1.2. 에너지 산업

스페인은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 및 생산 분야에서 선도적인 국가 중 하나이다. 2010년 스페인은 라 플로리다라는 대규모 발전소를 통해 미국을 제치고 태양광 발전 세계 선두 주자가 되었다. 또한 유럽의 주요 풍력 에너지 생산국이기도 하다. 2010년 스페인의 풍력 터빈은 스페인 전체 전력 생산량의 16.4%를 차지했다. 같은 해 11월 9일, 풍력 발전은 본토 전력 수요의 53%를 차지하며 역사적인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원자로 14기에 해당하는 에너지양이었다. 스페인에서 사용되는 다른 재생 가능 에너지로는 수력 발전, 바이오매스, 해양 에너지 등이 있다.
스페인에서 사용되는 비재생 에너지원으로는 원자력 발전(8기의 가동 원자로), 천연가스, 석탄, 석유가 있다. 2009년 기준 화석 연료는 스페인 전력의 58%를 생산했으며, 이는 OECD 평균인 61%보다 약간 낮은 수치이다. 원자력 발전은 19%, 풍력과 수력은 각각 약 12%를 생산했다.
스페인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재생 가능 에너지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5.2. 대외 무역
스페인의 주요 수출품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 정제 석유, 의약품, 농산물(올리브유, 포도주, 과일, 채소 등)이며, 주요 수입품은 원유, 자동차 부품, 의약품, 천연가스, 기계류 등이다. 주요 교역 상대국은 유럽 연합 회원국들, 특히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이며, 그 외 중국, 미국 등과도 활발한 무역 관계를 맺고 있다. 스페인은 유로존 회원국으로서 단일 시장의 이점을 활용하고 있으며, 정부는 수출 다변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5.3. 교통


스페인의 도로망은 중앙집중형으로, 6개의 주요 고속도로가 수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바스크 지방, 카탈루냐, 발렌시아, 서부 안달루시아, 에스트레마두라, 갈리시아를 연결한다. 또한 대서양 연안(페롤-비고), 칸타브리아 해안(오비에도-산세바스티안), 지중해 연안(지로나-카디스)을 따라 고속도로가 놓여 있다.
스페인의 고속철도(AVE)망은 2025년 2월 기준 총연장 3973 km로 유럽에서 가장 길고,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다. 말라가, 세비야,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바야돌리드 등을 연결하며, 열차는 최대 시속 330 km/h로 운행된다. 평균 속도 면에서 스페인 고속철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며, 일본의 신칸센과 프랑스의 TGV가 그 뒤를 잇는다. 정시성 면에서는 일본 신칸센(99%)에 이어 세계 2위(98.5%)를 기록하고 있다.
스페인에는 47개의 공공 공항이 있다. 가장 분주한 공항은 마드리드 공항(바라하스)으로, 2023년 기준 6,000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여 세계 15위, 유럽 연합 내 3위를 기록했다. 바르셀로나 공항(엘프라트) 또한 중요하며, 2023년 기준 5,000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여 세계 30위를 기록했다. 그 외 주요 공항으로는 마요르카, 말라가, 라스팔마스(그란카나리아), 알리칸테 공항 등이 있다.
스페인 정부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성 증대를 위해 2014년까지 전기 자동차 1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는 계획을 추진한 바 있으며, 현재도 전기차 인프라 확충 및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5.4. 과학 기술

스페인의 주요 과학 기술 연구 개발(R&D)은 스페인 국립 연구 위원회(CSIC)가 주도하며, 이 기관은 2018년 SCImago 기관 순위에서 세계 5위의 정부 과학 기관(전체 32위)으로 평가받았다. 스페인은 2024년 세계 혁신 지수에서 28위를 차지했다.
고등 교육 기관이 국가 기초 연구의 약 60%를 수행하고 있으나, 민간 부문의 R&D 지출 기여도는 다른 EU 및 OECD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정부는 R&D 투자 확대, 연구 인력 양성, 국제 협력 강화를 통해 과학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중점 육성 분야로는 생명공학, 나노기술, 정보통신기술(ICT), 재생 가능 에너지, 항공우주 등이 있다. 천문학 분야에서는 카나리아 제도의 로케 데 로스 무차초스 천문대와 테이데 천문대가 세계적인 연구 시설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곳에는 그란 테레스코피오 카나리아스(GTC)와 같은 대형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6. 사회
스페인의 사회는 다양한 민족 구성, 풍부한 언어적 유산, 전통적인 가톨릭 문화와 현대적인 세속화 경향의 공존, 그리고 고도로 발달된 교육 및 보건 복지 시스템을 특징으로 한다. 최근 수십 년간 이민의 증가로 사회적 다양성이 더욱 확대되었으며, 이는 스페인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사회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6.1. 인구
2025년 기준 스페인의 총인구는 스페인 국립 통계청(INE)에 따르면 49,077,984명이다. 인구 밀도는 km2당 97명(제곱마일당 251.2명)으로 서유럽 대부분 국가보다 낮으며, 국토 전반에 걸쳐 인구 분포가 매우 불균등하다. 수도 마드리드 주변 지역을 제외하면, 인구 밀집 지역은 주로 해안가를 따라 분포한다. 스페인 인구는 1900년 1,860만 명에서 2.5배 증가했으며, 이는 주로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의 인구 급증에 기인한다.
2023년 기준 스페인의 평균 합계출산율(TFR)은 여성 1명당 1.1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에 크게 못 미친다. 이는 1865년의 여성 1명당 5.11명이라는 높은 수치와 비교된다. 결과적으로 스페인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 중 하나이며, 평균 연령은 43.1세이다.
스페인인 원주민은 스페인 전체 인구의 86.1%를 차지한다. 1980년대 출산율 급감과 인구 증가율 둔화 이후, 스페인 인구는 1970년대 다른 유럽 국가로 이주했던 많은 스페인인들의 귀환과 최근 몇 년간 급증한 이민자들(인구의 12% 차지)로 인해 다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민자들은 주로 라틴 아메리카(39%), 북아프리카(16%), 동유럽(15%),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4%) 출신이다.
2008년 스페인은 주로 에콰도르, 콜롬비아, 모로코 출신 84,170명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스페인에는 구 식민지, 특히 라틴 아메리카와 북아프리카 출신 인구의 후손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온 소수의 이민자들이 스페인에 정착하고 있다. 또한 중동, 남아시아, 중국 출신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계 이민자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가장 큰 단일 이민자 그룹은 유럽인으로, 루마니아인, 영국인, 독일인, 프랑스인 등이 다수를 차지한다.
6.1.1. 도시화와 주요 도시
스페인은 높은 도시화율을 보이는 국가로, 인구의 약 80%가 도시에 거주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농촌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면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특히 수도 마드리드와 카탈루냐의 중심 도시인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최대의 도시이자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 마드리드: 스페인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로, 인구 약 330만 명(광역권 약 670만 명)이다. 중앙 정부 기관, 주요 기업 본사, 금융 기관, 문화 시설 등이 집중되어 있으며, 국제적인 교통 허브이기도 하다.
-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자치 지방의 수도로, 인구 약 160만 명(광역권 약 550만 명)이다. 지중해 연안의 주요 항구 도시이자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물로 유명한 세계적인 관광 도시이다. 또한, 상공업과 첨단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 발렌시아: 발렌시아 자치 지방의 수도로, 인구 약 80만 명(광역권 약 160만 명)이다. 농업(특히 오렌지)과 공업이 발달했으며, 최근에는 '예술과 과학의 도시' 등 현대적인 건축물과 문화 행사로 주목받고 있다.
- 세비야: 안달루시아 자치 지방의 수도로, 인구 약 70만 명(광역권 약 150만 명)이다. 플라멩코의 본고장으로 유명하며, 알카사르, 세비야 대성당 등 역사적인 건축물이 많다.
- 사라고사: 아라곤 자치 지방의 수도로, 인구 약 70만 명이다. 에브로강 유역의 교통 요충지이며, 필라르 대성모 성당 등 역사 유적과 함께 물류 및 산업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 말라가: 안달루시아 지방의 주요 항구 도시로, 인구 약 60만 명이다. 코스타델솔의 중심지로 관광 산업이 발달했으며, 파블로 피카소의 출생지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빌바오, 무르시아, 팔마데마요르카, 라스팔마스 등이 각 지역의 주요 도시로서 기능하고 있다.
6.1.2. 이민

스페인은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경제 성장과 함께 중요한 이민 대상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경제 호황기에는 라틴 아메리카, 북아프리카(특히 모로코), 동유럽(특히 루마니아) 등지에서 많은 이민자가 유입되었다. 2025년 기준 스페인의 외국인 거주자는 약 68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9%를 차지하며, 외국 출생자는 930만 명(19.11%)에 달한다.
주요 이민자 출신 국가는 루마니아(약 86만 명), 모로코(약 77만 명), 영국(약 39만 명), 에콰도르(약 36만 명) 순이며, 그 외 콜롬비아, 볼리비아, 독일, 이탈리아, 불가리아, 중국 출신 이민자도 상당수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도 20만 명 이상 거주하며, 주로 세네갈인과 나이지리아인이다.
높은 이민자 유입은 스페인의 문화적 다양성을 증대시키고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지만, 한편으로는 사회 통합, 불법 이민, 특정 지역의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도 야기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에는 이민자 유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최근 다시 이민자 유입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스페인 정부는 합법적인 이민 절차를 강화하고 이민자들의 사회 통합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6.2. 민족

스페인은 다민족 국가로, 주류 민족인 카스티야인 외에도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여러 민족 집단이 공존한다. 1978년 헌법은 "스페인 민족들(nationalities)"의 자치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는 각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반영한다.
- 카스티야인: 역사적으로 카스티야 왕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며, 현대 스페인의 주류 민족으로 간주된다. 스페인어(카스티야어)를 사용하며, 스페인 중부와 남부 지역에 주로 거주한다.
- 카탈루냐인: 카탈루냐 지방을 중심으로 거주하며, 고유 언어인 카탈루냐어를 사용한다. 독자적인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며, 일부는 분리 독립을 주장하기도 한다.
- 갈리시아인: 갈리시아 지방에 주로 거주하며, 포르투갈어와 유사한 갈리시아어를 사용한다. 켈트 문화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 바스크인: 바스크 지방과 나바라 북부에 거주하며, 유럽의 다른 어떤 언어와도 계통적으로 관련이 없는 고립어인 바스크어를 사용한다.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는 분리 독립 운동을 전개해 왔다.
- 기타 민족 집단: 아라곤인, 아스투리아스인, 칸타브리아인, 발렌시아인, 안달루시아인 등 각 자치 지방마다 고유한 지역적 정체성을 가진 주민들이 있다.
- 롬인 (집시): 스페인어로는 "히타노스(Gitanos)"라고 불리며, 스페인 전역에 약 75만 명에서 100만 명 정도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플라멩코 예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차별과 편견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러한 민족적 다양성은 스페인 문화의 풍부함과 다채로움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때로는 지역주의와 중앙 정부 간의 긴장을 유발하기도 한다.
6.3. 언어
스페인은 다언어 국가이다. 1978년 스페인 헌법에서는 스페인어(español 또는 castellano)를 국가 전체의 공식 언어로 규정하고 있으며, 모든 스페인 국민은 스페인어를 알고 사용할 의무와 권리를 가진다.
동시에 헌법은 각 자치 지방의 자치법에 따라 다른 "스페인의 언어들" 또한 해당 지역에서 공동 공식어(co-official language)의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인정한다. 이러한 공동 공식어는 다음과 같다:
- 카탈루냐어 (català카탈라카탈루냐어): 카탈루냐, 발레아레스 제도에서 공식 언어이며, 발렌시아 자치 지방에서는 발렌시아어 (valencià발렌시아어카탈루냐어)라는 명칭으로 공식 언어이다.
- 갈리시아어 (galego갈레고갈리시아어): 갈리시아에서 공식 언어이다.
- 바스크어 (euskara에우스카라바스크어): 바스크 및 나바라 일부 지역에서 공식 언어이다.
- 아란어 (aranés아라네스오크어): 카탈루냐의 발다란 지역에서 공식 언어이며, 오크어의 한 방언이다.
이러한 공식 언어 외에도, 특정 지역에서 역사적으로 사용되어 온 소수 언어들이 법적 보호나 인정을 받고 있다.
- 아스투리아스어 (asturianu아스투리아누아스투리아스어 또는 bable바블레아스투리아스어): 아스투리아스에서 인정 및 보호받는다.
- 아라곤어 (aragonés아라고네스아라곤어): 아라곤 북부에서 사용되며, 일부 보호 조치가 있다.
- 레온어 (llionés리오네스ext): 카스티야이레온주 일부 지역에서 사용된다.
스페인어는 국민의 약 74%가 모국어로 사용하며, 카탈루냐어/발렌시아어는 약 17%, 갈리시아어는 약 7%, 바스크어는 약 2%의 인구가 사용한다. 이민자 커뮤니티에서는 모로코 아랍어, 루마니아어, 영어 등도 사용된다. 스페인 정부와 각 자치 지방 정부는 언어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 언어의 사용과 교육을 장려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6.4. 종교
스페인은 역사적으로 로마 가톨릭 국가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며, 현재도 가톨릭이 가장 우세한 종교이다. 스페인 1978년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며 국교를 지정하지 않는 세속 국가임을 명시하고 있으나, 국가와 종교 단체 간의 "협력" 관계는 인정하고 있다.
2023년 2월 스페인 사회학 연구소(CIS)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국민의 종교 구성은 다음과 같다:
- 로마 가톨릭: 56.0%
- 실천적 가톨릭 신자: 18.5%
- 비실천적 가톨릭 신자: 37.5%
- 무종교 (무신론자, 불가지론자, 비신자 포함): 39.9%
- 무신론자: 14.9%
- 불가지론자: 12.6%
- 무관심/비신자: 12.3%
- 기타 종교: 2.7% (개신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 무응답: 1.5%
대부분의 스페인 가톨릭 신자들은 정기적으로 종교 의식에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사회 전반적으로 세속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라틴 아메리카 출신 이민자들의 유입은 가톨릭 교세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신교는 약 120만 명의 신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롬인(히타노)이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는 약 10만 5천 명,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신도는 약 4만 6천 명으로 추산된다.
이슬람교는 과거 이베리아반도 지배의 역사적 배경과 최근 북아프리카 및 기타 지역에서의 이민 증가로 인해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큰 종교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스페인의 무슬림 인구는 21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는 전체 인구의 약 4-5%에 해당한다. 이들 중 약 42%가 스페인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유대교는 1492년 유대인 추방 이후 거의 자취를 감추었으나, 19세기부터 다시 유입되기 시작했다. 현재 스페인에는 약 62,000명의 유대인이 거주하고 있다.
6.5. 교육

스페인의 교육 제도는 6세부터 16세까지 10년간의 의무 교육을 기본으로 한다. 현재 교육 시스템은 2006년에 제정된 교육기본법(LOE, Ley Orgánica de Educación)과 이를 일부 수정한 2013년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기본법(LOMCE, Ley Orgánica para la Mejora de la Calidad Educativa)에 의해 규율된다. 1970년부터 2014년까지 스페인은 총 7개의 교육법을 시행했다.
교육 단계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 유아 교육 (Educación Infantil): 0세부터 6세까지이며, 의무 교육은 아니다. 0-3세 과정과 3-6세 과정으로 나뉜다.
- 초등 교육 (Educación Primaria): 6세부터 12세까지의 6년 과정으로, 의무 교육이다.
- 의무 중등 교육 (Educación Secundaria Obligatoria, ESO): 12세부터 16세까지의 4년 과정으로, 의무 교육이다.
- 바치예라토 (Bachillerato): 16세부터 18세까지의 2년 과정으로, 대학 진학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의무 교육은 아니다.
- 직업 교육 (Formación Profesional, FP): 다양한 수준의 기술 및 직업 훈련을 제공한다. 기초 직업 교육(FP Básica), 중급 직업 교육(Ciclo Formativo de Grado Medio, CFGM), 고급 직업 교육(Ciclo Formativo de Grado Superior, CFGS)으로 나뉜다.
- 고등 교육 (Educación Superior): 대학교육을 포함하며, 학사(Grado), 석사(Máster), 박사(Doctorado) 과정으로 구성된다. 스페인에는 살라망카 대학교(1218년 설립),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1293년 설립), 바르셀로나 대학교(1450년 설립) 등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학들이 다수 있다.
2003년 기준 스페인 15세 이상 국민의 문해율은 97.9%로,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 중 하나이다.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PISA)에서는 OECD 평균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6.6. 보건 및 복지
스페인의 국민 건강 시스템(Sistema Nacional de Salud, SNS)은 WHO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공공 의료 시스템 중 하나이다 (2000년 기준 7위). 모든 합법적인 스페인 거주자에게 보편적이고 무료로 제공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각 자치 지방 정부가 해당 지역의 보건 의료 서비스를 관리하며, 중앙 정부는 전체 시스템의 조정과 기본 원칙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국민 건강 시스템은 주로 세금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며, 일차 진료 의사(GP)를 통한 의료 접근이 기본이다. 필요한 경우 전문의 진료나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공공 병원 외에 민간 의료기관도 존재하며, 일부 국민은 민간 건강 보험에 가입하기도 한다.
주요 보건 지표는 양호한 편으로, 2023년 기준 스페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약 83세로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지역 간 의료 서비스 접근성 불균형,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 특정 전문 분야의 대기 시간 장기화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스페인의 사회 복지 제도는 실업 수당, 연금, 장애인 지원, 아동 복지, 주거 지원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한다. 사회 보장 제도는 고용주와 근로자가 납부하는 사회 보장 기여금을 주요 재원으로 하며, 정부 예산으로 보충된다. 경제 위기 시기에는 실업률 증가로 인해 사회 복지 지출 부담이 커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금 제도 개혁과 장기 요양 서비스 확대 등이 주요 정책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7. 문화
스페인의 문화는 풍부하고 다양하며, 역사적으로 여러 민족과 문명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 고대 이베리아인과 켈트족의 문화, 로마 제국의 유산, 서고트족의 영향, 그리고 수세기 동안 지속된 이슬람 지배(알안달루스)의 흔적이 스페인 문화 곳곳에 남아 있다. 이후 레콩키스타를 통한 기독교 문화의 재확립과 대항해시대 스페인 제국의 형성은 스페인 문화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동시에 다양한 외부 문화 요소를 흡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스페인의 예술, 건축, 문학, 음악, 음식, 축제 등 다방면에 걸쳐 독특하고 다채로운 특징을 부여했다.
7.1. 예술

스페인 미술은 고대 동굴 벽화에서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오랜 역사와 뛰어난 예술가들을 배출해왔다.
- 고대 및 중세 미술: 알타미라 동굴 벽화와 같은 선사 시대 미술, 로마 시대의 모자이크와 조각, 서고트 왕국의 건축과 금속 공예, 그리고 알안달루스 시대의 화려한 이슬람 미술이 특징적이다.
- 르네상스와 바로크: 엘 그레코는 독특한 색채와 형태로 종교적인 주제를 다룬 그림들로 유명하다. 스페인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시녀들》과 같은 걸작을 남겼으며,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등도 이 시기의 주요 화가이다.
- 18~19세기: 프란시스코 고야는 궁정 화가로서의 활동과 함께 전쟁의 참상과 사회 비판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들을 통해 스페인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 20세기 이후: 파블로 피카소는 입체주의의 창시자로 현대 미술에 혁명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게르니카》는 그의 대표작이다. 살바도르 달리는 초현실주의의 거장으로 기발한 상상력과 독창적인 표현 기법을 선보였다. 호안 미로, 후안 그리스 등도 이 시기 중요한 예술가이다.
스페인의 조각은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를 거치며 발전했으며, 현대에는 훌리오 곤살레스, 에두아르도 칠리다 등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7.2. 건축

스페인 건축은 지역적 특성과 역사적 배경에 따라 다양한 양식을 보여준다.
- 고대 로마 건축: 메리다의 원형극장, 세고비아 수도교 등 로마 시대의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 이슬람 건축: 코르도바의 메스키타,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등은 이슬람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말굽 아치, 섬세한 타일 장식(아술레호), 정교한 기하학적 문양 등이 특징이다.
- 로마네스크 및 고딕 건축: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을 비롯한 순례길의 성당들, 부르고스 대성당, 톨레도 대성당, 레온 대성당 등은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예이다.
- 무데하르 양식: 기독교 지배하에서 이슬람 건축 기술과 양식이 융합된 독특한 스타일로, 테루엘의 무데하르 건축물군이 유명하다.
- 르네상스 및 바로크 건축: 엘에스코리알 수도원, 마드리드 왕궁 등에서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의 웅장함을 엿볼 수 있다.
- 현대 건축: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활동한 안토니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 공원 등 독창적이고 환상적인 건축물들을 남겼다.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라파엘 모네오 등 현대 건축가들도 국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토양과 석고는 특히 스페인 동부 지역 전통 향토 건축에서 흔히 사용되는 재료이다.
7.3. 문학

스페인 문학은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 중세 문학: 최초의 중요한 서사시로 평가받는 《나의 시드의 노래》(Cantar de Mio Cid)는 레콩키스타 시대 영웅 엘 시드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 황금세기 문학 (16-17세기):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는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외에도 로페 데 베가, 페드로 칼데론 데 라 바르카, 티르소 데 몰리나 등의 극작가와 프란시스코 데 케베도와 같은 시인들이 활약했다. 피카레스크 소설(악자 소설) 장르도 이 시기에 발전했다.
- 19세기 문학: 낭만주의, 사실주의, 자연주의 등 다양한 문학 사조가 나타났다. 베니토 페레스 갈도스는 스페인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 20세기 이후 문학: 98세대(Generación del '98), 27세대(Generación del '27) 등 여러 문학 그룹이 등장하여 스페인 사회와 역사를 반영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는 시와 희곡으로 유명하며, 카밀로 호세 셀라(1989년 노벨 문학상 수상), 미겔 데리베스 등도 중요한 현대 작가이다.
스페인 문학은 세르반테스상과 같은 권위 있는 문학상을 통해 그 전통과 우수성을 이어가고 있다.
7.4. 음악과 춤
스페인의 음악과 춤은 지역적 다양성과 풍부한 감성을 특징으로 한다.
- 플라멩코 (Flamenco):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유래한 플라멩코는 열정적인 노래(칸테), 기타 연주(토케), 그리고 춤(바일레)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다. 집시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악과 춤으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 전통 민속 음악 및 춤: 각 지역마다 고유한 전통 음악과 춤이 발달해 있다. 예를 들어, 아라곤의 호타(Jota), 카탈루냐의 사르다나(Sardana), 갈리시아와 아스투리아스의 가이타(백파이프) 음악 등이 있다.
- 클래식 음악: 이삭 알베니스, 엔리케 그라나도스, 마누엘 데 파야 등은 스페인 민속 음악 요소를 활용하여 독창적인 작품을 남긴 대표적인 작곡가들이다.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몽세라 카바예 등 세계적인 성악가와 안드레스 세고비아, 파블로 카살스와 같은 뛰어난 연주자들도 배출했다.
- 대중음악: 20세기 이후 스페인에서는 팝, 록, 인디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이 발전해 왔으며,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알레한드로 산스, 로살리아 등 국제적으로 성공한 아티스트들이 많다.
기타는 스페인에서 기원한 악기로 알려져 있으며, 스페인 음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7.5. 음식


스페인 요리는 지역별로 매우 다양하며, 신선한 재료와 풍부한 향신료 사용이 특징이다. 지중해 식단의 영향을 받아 올리브유, 마늘, 토마토, 피망 등을 많이 사용한다.
- 대표적인 요리:
- 파에야 (Paella): 발렌시아 지방에서 유래한 쌀 요리로, 사프란으로 색을 내고 해산물, 고기, 채소 등을 넣어 만든다.
- 하몬 (Jamón):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 숙성시킨 생햄으로, 하몬 이베리코와 하몬 세라노가 유명하다.
하몬 이베리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햄 중 하나 엠파나다, 스페인 식민화로 인해 라틴 아메리카 요리 전반에 퍼짐 - 타파스 (Tapas):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오는 다양한 종류의 전채 요리로, 음료와 함께 즐긴다.
- 가스파초 (Gazpacho): 토마토, 오이, 피망 등 신선한 채소를 갈아 차게 마시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통 수프이다.
토르타 델 카사르, 스페인산 양젖 치즈 - 추로스 (Churros):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겨 설탕을 뿌려 먹는 간식으로, 주로 초콜릿 소스에 찍어 먹는다.
- 코치니요 아사도 (Cochinillo asado): 세고비아 지방의 명물 요리로, 어린 새끼돼지를 통째로 구워낸다.
- 토르티야 데 파타타스 (Tortilla de patatas): 감자와 양파를 넣어 두껍게 부친 오믈렛으로, 스페인 전역에서 즐겨 먹는다.
- 음료: 스페인은 세계적인 포도주 생산국이며, 리오하, 리베라 델 두에로 등의 유명 산지가 있다. 포도주에 과일 등을 넣어 만든 상그리아도 인기가 많다. 셰리주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특산 포도주이다.
각 지방마다 특색 있는 전통 음식과 식재료를 가지고 있으며, 해산물, 육류, 채소, 콩류 등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가 발달해 있다.
7.6. 스포츠

스페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단연 축구이다.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은 2010년 FIFA 월드컵과 유로 1964, 2008, 2012, 2024에서 우승을 차지한 세계적인 강팀이다. 스페인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2023년 FIFA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국내 리그인 라리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는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린 명문 구단이다.
농구 역시 인기가 높아, 스페인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은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2회 우승(2006, 2019)했으며, 올림픽에서 3개의 은메달을 획득했다. 리가 ACB는 유럽 최고 수준의 농구 리그 중 하나이다.
테니스에서는 라파엘 나달이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수많은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획득했다. 카를로스 알카라스 역시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사이클링도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스포츠로, 부엘타 아 에스파냐는 세계 3대 그랜드 투어 대회 중 하나이다. 미겔 인도라인, 알베르토 콘타도르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했다.
모터스포츠도 인기가 많아, F1의 페르난도 알론소, MotoGP의 마르크 마르케스 등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그 외에도 핸드볼, 수구, 육상 경기,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가 활성화되어 있으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최는 스페인 스포츠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투우는 스페인의 전통적인 문화이자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행사로 여겨지지만, 동물 학대 논란으로 인해 카탈루냐 등 일부 지역에서는 금지되었다.
7.7. 축제와 공휴일

스페인은 다채롭고 독특한 지역 축제로 유명하며, 종교적,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다양한 축제들이 연중 내내 열린다. 스페인의 공휴일은 전국 공통 공휴일과 각 자치 지방 및 도시별 공휴일로 나뉜다.
- 산 페르민 축제 (San Fermín): 매년 7월 팜플로나에서 열리는 축제로, 소몰이(엔시에로, encierro)가 가장 유명하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국제적인 축제이다.
- 라 토마티나 (La Tomatina): 매년 8월 마지막 수요일 부뇰에서 열리는 토마토 던지기 축제로, 익살스럽고 활기찬 분위기로 유명하다.
- 파야스 축제 (Fallas): 매년 3월 발렌시아에서 열리는 불꽃 축제로, 거대한 인형(파야, falla)을 제작하여 전시하고 마지막 날 불태우는 것이 특징이다.
- 산타크루스데테네리페 카니발: 카나리아 제도 산타크루스데테네리페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카니발 중 하나로, 화려한 의상과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 세마나 산타 (Semana Santa, 성주간): 부활절 일주일 전 스페인 전역에서 열리는 종교 행사로, 특히 안달루시아와 카스티야 이 레온 지역의 행렬(프로세션, procesión)이 유명하다.
- 국왕의 날 (에피파니아): 1월 6일, 동방 박사 세 사람이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온 것을 기념하는 날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이 있다.
- 스페인 국경일 (피에스타 나시오날 데 에스파냐): 10월 12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기념하는 날이다.
스페인의 주요 전국 공휴일은 다음과 같다:
날짜 | 한국어 명칭 | 스페인어 명칭 | 비고 |
---|---|---|---|
1월 1일 | 새해 첫날 | Año Nuevo아뇨 누에보스페인어 | |
1월 6일 | 주님 공현 대축일 (국왕의 날) | Epifanía del Señor / Día de Reyes에피파니아 델 세뇨르 / 디아 데 레예스스페인어 | |
이동 축일 | 성금요일 | Viernes Santo비에르네스 산토스페인어 | 부활절 2일 전 금요일 |
5월 1일 | 노동절 | Fiesta del Trabajo피에스타 델 트라바호스페인어 | |
8월 15일 | 성모 승천 대축일 | Asunción de la Virgen아순시온 데 라 비르헨스페인어 | |
10월 12일 | 스페인 국경일 | Fiesta Nacional de España피에스타 나시오날 데 에스파냐스페인어 | |
11월 1일 | 모든 성인 대축일 | Día de Todos los Santos디아 데 토도스 로스 산토스스페인어 | |
12월 6일 | 제헌절 | Día de la Constitución디아 데 라 콘스티투시온스페인어 | |
12월 8일 |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 Inmaculada Concepción인마쿨라다 콘셉시온스페인어 | |
12월 25일 | 크리스마스 | Natividad del Señor나티비다드 델 세뇨르스페인어 |
각 자치 지방 및 도시별로 추가적인 공휴일이 지정된다.
7.8. 세계유산
스페인은 풍부한 역사와 다양한 문화, 아름다운 자연을 바탕으로 2023년 기준 총 50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이탈리아, 중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5번째로 많은 수치이다. 이 중 문화유산이 44건, 자연유산이 4건, 복합유산이 2건이다.
대표적인 스페인의 세계유산은 다음과 같다:
- 문화유산:
- 코르도바 역사 지구 (메스키타 포함)
-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헤네랄리페, 알바이신 지구
- 부르고스 대성당
-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 공원, 카사 밀라 등 7개 건축물)
- 세비야 대성당, 알카사르, 서인도 제도 종합자료관
- 톨레도 옛 시가지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
- 세고비아 수도교와 옛 시가지
- 엘에스코리알 수도원 유적
- 메리다 고고 유적군
- 아빌라 옛 시가지와 성곽 외부 교회들
- 알타미라 동굴과 스페인 북부의 구석기 시대 동굴 예술
- 자연유산:
- 가라호나이 국립공원 (라 고메라섬)
- 도냐나 국립공원
- 테이데 국립공원 (테네리페섬)
- 피레네-몬테 페르디도 (프랑스와 공동 등재)
- 복합유산:
- 이비사섬의 생물 다양성과 문화
- 시에가 베르데의 선사시대 암각화 (포르투갈과 공동 등재)
이 외에도 스페인은 다수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인간 보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스페인 문화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