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린 시절과 배경
사티쉬 쿠마르의 어린 시절은 그의 사상과 활동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경험들로 채워져 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자이나교 승려가 되었으나, 후에 마하트마 간디의 영향을 받아 환속하며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했다.
1.1. 출생과 초기 생애
사티쉬 쿠마르는 1936년 8월 9일 인도 라자스탄주 스리둥가르에서 태어났다. 그는 9세의 어린 나이에 가족을 떠나 자이나교 승려가 되었다.
1.2. 환속과 간디의 영향
18세가 되던 해, 쿠마르는 마하트마 간디의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승려의 삶을 떠나 환속했다. 이후 간디의 저명한 제자이자 비폭력 및 토지 개혁 사상을 옹호했던 비노바 바베의 제자가 되었다. 그는 바베가 설립한 아쉬람에 들어가 그의 가르침을 따랐다.
2. 평화 순례
쿠마르는 핵무기 반대 운동에 대한 버트런드 러셀의 시민 불복종 운동과 그의 투옥 소식에 영감을 받아 평화 순례를 계획하게 되었다.
2.1. 순례의 동기와 계획
1962년 6월, 쿠마르는 친구 E. P. 메논과 함께 핵무기를 보유한 세계 4대 강대국의 수도인 모스크바, 파리, 런던, 워싱턴 D.C.를 향해 인도에서부터 걸어서 순례하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이 여정을 '평화를 위한 순례'라고 불렀으며, 여행 중 돈을 전혀 가지고 다니지 않기로 했다.
2.2. 여정과 경험

이 순례는 2년 반 동안 진행되었으며, 8,000마일(약 1.29 만 km)이 넘는 거리를 걸었다. 바베는 젊은 두 사람에게 두 가지 '선물'을 주었다. 하나는 어디를 걷든 무일푼으로 다니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먼저 파키스탄을 거쳐갔는데, 인도와 역사적으로 큰 갈등과 적대감을 가졌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큰 친절을 경험했다. 카이바르 고개를 통해 파키스탄을 떠난 그들은 아프가니스탄, 이란, 아르메니아, 조지아, 캅카스 산맥을 거쳐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이후 파리, 런던, 워싱턴 D.C.로 여정을 이어갔다. 도보로 이동하며 돈 없이 여행하는 동안, 쿠마르와 그의 동반자는 음식이나 잠자리를 제공하는 누구와도 함께 지냈다.
모스크바로 향하던 중, 그들은 한 차 공장 밖에서 두 여인을 만났다. 순례의 목적을 설명하자, 여인 중 한 명이 그들에게 차 4봉지를 주면서 핵 보유국 지도자들에게 전달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 메시지는 "버튼을 누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때, 잠시 멈춰 서서 신선한 차 한 잔을 마시세요"였다. 이 메시지는 그들의 여정에 더욱 큰 영감을 주었으며, 순례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그들은 결국 4대 핵 보유국 지도자들에게 '평화 차'를 전달했다. 한국어 출처에 따르면, 이들은 인도로 돌아가기 전 원폭 투하국인 일본에도 방문했다.
2.3. 순례의 기록
이 평화 순례 여정은 사티쉬 쿠마르의 저서 《No Destination: Autobiography of a Pilgrim》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3. 영국에서의 활동과 기여
사티쉬 쿠마르는 1973년 영국에 정착한 이후 다양한 활동을 통해 환경 운동과 대안 교육 분야에 크게 기여했다.
3.1. 슈마허 칼리지

쿠마르는 1991년 슈마허 칼리지를 설립하여 생태학적 연구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국제 교육 기관으로 발전시켰다. 이 칼리지는 진정으로 지속 가능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대 50명 정도의 소규모 공동체로 운영되며, 학생, 강사, 직원 모두가 청소, 요리 등 생활의 기본 활동에 함께 참여한다. 이곳에서는 책상에서 얻은 지식이나 이론을 넘어, 공동생활을 통해 실제 행동과 경험에서 배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1년 과정의 석사 과정(통합 과학 석사) 외에도 연간 10~20개의 단기 과정(1주~3주)을 운영한다. 개발, 식량, 경제, 조직 운영, 정신적 성장, 지속 가능성, 평화, 평등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합적으로 학습한다. 칼리지 전임 강사 외에도 프리초프 카프라,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반다나 시바와 같은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며칠에서 2주간의 강의를 진행한다. 2006년까지 88개국에서 온 약 3,000명(18세~80세)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배웠다.
3.2. 스몰 스쿨
쿠마르는 1982년 지역 공동체의 9가구 학부모들과 함께 '스몰 스쿨'을 설립했다. 이 학교는 지적, 실천적, 영적인 균형을 통해 전인적 발달을 목표로 하는 지역의 작은 중등 교육 기관(중학교, 고등학교)이다. 약 4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대상은 11세부터 16세까지이다. 학생 8명당 1명의 상근 교사가 배정된다. 스몰 스쿨은 영국에서 '인간적인 규모'의 작은 학교 운동의 시초가 되었으며, 대안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3.3. 리사전스 & 에콜로지스트 편집장
1973년부터 2016년까지 쿠마르는 《Resurgence & Ecologist》 잡지의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이 잡지는 이전에 '녹색 운동의 예술적, 영적 기함'으로 묘사되었던 《Resurgence》와 《The Ecologist》를 통합한 것이다. 그는 편집장으로서 녹색 운동의 확산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3.4. 기타 매체 및 활동
쿠마르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환경 및 영성 관련 활동을 펼쳤다. 그는 《The Society for Curious Thought》에 "Focus on Food"라는 에세이를 기고했으며, BBC의 라디오 프로그램인 《Today》의 "Thought for the Day" 코너에 기고자로 참여했다. 또한 《Desert Island Discs》에도 출연했다. 리처드 도킨스의 다큐멘터리 《The Enemies of Reason》의 '미신에 사로잡힌 노예들' 에피소드에서는 현대 사회에 만연한 비과학적 신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쿠마르가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그는 BBC2의 자연사 시리즈를 위해 《Earth Pilgrim》이라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2009년 10월에 출간된 책 《We Are One: A Celebration of Tribal Peoples》의 기고자로 참여했다. 이 책은 전 세계 부족민들의 문화를 탐구하며, 그 다양성과 직면한 위협을 조명한다. 부족민들의 진술, 사진, 그리고 국제적인 작가, 운동가, 정치인, 철학자, 시인, 예술가, 언론인, 인류학자, 환경 운동가, 포토저널리스트들의 에세이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판매 수익금은 원주민 권리 단체인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에 기부된다.
4. 철학과 사상
사티쉬 쿠마르의 사상은 생태주의, 비폭력, 소박한 삶, 그리고 주류 현실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요약될 수 있다.
4.1. 생태주의와 자연 숭배
그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모든 정치적, 사회적 논쟁의 핵심에 놓여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이는 그의 깊은 생태주의적 관점을 반영하며,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강조한다.
4.2. 비폭력과 평화주의
마하트마 간디와 비노바 바베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쿠마르는 핵무기 반대와 평화주의를 일관되게 옹호한다. 그의 평화 순례는 이러한 비폭력적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4.3. 소박한 삶과 영성
쿠마르는 개인의 삶의 방식으로서 소박함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물질주의적 풍요보다는 영적 성장을 통해 진정한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의 삶을 통해 이러한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4.4. 현실주의에 대한 비판
그는 소위 '현실주의'적인 정치적 접근 방식이 초래한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전쟁, 기후 변화, 빈곤, 생태 파괴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들이 현실주의적 사고의 결과라고 지적하며, 자신의 이상주의적 관점이 오히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5. 주요 저작
사티쉬 쿠마르는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담은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다.
- 《No Destination: Autobiography of a Pilgrim》 (1978년 초판, 2004년, 2014년 재출간) - 그의 평화 순례 여정을 기록한 자서전이다. 한국어 번역본은 《사티쉬 쿠마르》라는 제목으로 1997년 출간되었다.
- 《You Are, Therefore I Am: A Declaration of Dependence》 (2002년) - 상호 의존성을 강조하는 그의 철학을 담고 있다. 한국어 번역본은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라는 제목으로 2004년 출간되었다.
- 《Images of Earth and Spirit: A Resurgence anthology》 (존 레인과 공동 편집, 2003년) - 《Resurgence》 잡지에 실린 예술과 영성에 관한 글들을 엮은 선집이다.
- 《The Intimate and the Ultimate》 (비노바 바베 저, 사티쉬 쿠마르 편집, 2004년) - 그의 스승인 비노바 바베의 사상을 소개한다.
- 《The Buddha and the Terrorist: The Story of Angulimala》 (2006년) - 불교 경전의 앙굴리말라 이야기를 통해 평화와 변화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한국어 번역본은 《부처와 테러리스트》라는 제목으로 2005년 출간되었다.
- 《Spiritual Compass: The Three Qualities of Life》 (2008년) - 삶의 세 가지 주요 특성(영성, 물질, 사회)에 대한 그의 통찰을 제시한다.
- 《Earth Pilgrim》 (에찬 데라비, 마야 쿠마르 미첼과의 대담, 2009년) - BBC 다큐멘터리 제작과 연계된 책으로, 지구 순례자로서의 관점을 다룬다.
- 《Soul, Soil, Society: a New Trinity for our Time》 (2013년) - 영혼, 토양, 사회의 상호 연결성을 강조하며 새로운 시대의 삼위일체를 제시한다.
- 《Elegant Simplicity: the Art of Living Well》 (2019년) - 우아하고 소박한 삶의 방식에 대한 그의 철학을 담고 있다.
- 《Pilgrimage for Peace: the Long Walk from India to Washington》 (2021년) - 그의 평화 순례에 대한 또 다른 저서이다.
6. 개인적인 삶
사티쉬 쿠마르는 인도에 있는 아내와의 사이에 두 자녀(딸과 아들)를 두었다. 1973년 영국에 정착했으며, 현재 파트너인 준 미첼과 두 자녀와 함께 데번주 하틀랜드에서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
7. 정치 활동
2015년 영국 총선 이전에, 그는 녹색당의 캐롤라인 루카스 의원 후보를 지지하는 여러 유명인사 중 한 명이었다. 이는 그의 환경 및 사회 정의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보여준다.
8. 평가와 유산
사티쉬 쿠마르는 그의 평생에 걸친 활동과 사상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다. 그는 자믈랄 바자즈 국제상을 수상하며 그의 업적을 인정받았다. 그의 평화 순례는 핵무기 반대 운동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억되며, 전 세계 평화 운동에 영감을 주었다.
그는 슈마허 칼리지와 스몰 스쿨의 설립을 통해 환경 운동과 대안 교육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슈마허 칼리지는 생태학적 사고와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교육하는 선구적인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철학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 비폭력, 소박한 삶, 그리고 주류 '현실주의'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하며, 이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환경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제공한다. 쿠마르의 사상적 유산은 환경 보호, 평화 구축,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전 세계의 운동가와 사상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9. 관련 항목
- 마하트마 간디
- 비노바 바베
- 버트런드 러셀
- 자이나교
- 핵무기
- 슈마허 칼리지
- 녹색당
- 환경 운동
- 평화 운동
- 대안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