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애
황혜성 여사는 1920년 충청남도 천안의 평해 황씨 집안에서 5천석 대지주의 맏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전통적인 가치와 현대적인 교육을 모두 경험하며 성장했다.
1.1. 유년 시절 및 교육

황혜성은 수명이 길어진다는 속설에 따라 젖어미, 업은어미, 무당어미, 광덕사의 스님을 까까어미로 두는 등 총 다섯 명의 수양어미를 두었다고 회고한다. 천안보통학교에 입학하여 첫 학기에 낙제하기도 했으나, 결국 1등으로 졸업하는 뛰어난 학업 성취를 보였다. 졸업 후 공주공립고등여학교에 진학했으나, 2학년을 마치고 규슈 대학에 다니던 사촌오빠의 설득으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 후쿠오카시 지쿠시 여자고등학교(筑紫高等女学校, 현재의 지쿠시 여학원 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교토여자전문학교 가사과에서 일본 음식과 서구식 영양학을 전공하며 전문성을 키웠다.
1.2. 초기 경력 및 사사(師事)

1941년 교토여자전문학교 졸업 후 대동고녀에 부임하여 가사교사로서 2학년 담임, 기숙사 사감, 사이클반, 체조반의 담당교사까지 맡으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대동고녀 재직 중 교감이 조선인 지원병들을 미개하다고 폄하하자, 조선인 학생들을 위로하며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계몽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 일화는 그녀의 민족의식을 보여준다.
1940년에 외할머니를, 1941년에 아버지를, 1942년에 어머니를 여의는 아픔을 겪었으며, 열 살 어린 남동생과 함께 서울 돈암동으로 이사하여 작은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 1942년에는 이왕직 촉탁이었던 오다 쇼고의 추천으로 숙명여전 가사과의 조교수로 임명되어 영양학과 조선요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선요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을 느낀 황혜성은 오다 쇼고의 추천으로 창덕궁 낙선재에 거주하던 조선왕조 마지막 주방상궁인 한희순을 찾아가 궁중음식을 전수받게 된다. 그녀는 한희순 상궁으로부터 30년간 궁중음식의 비법을 사사받으며 전통 조리법을 익혔다.

1944년 1월 화신백화점 직원 한병덕과 조선신궁에서 혼인하여 가정을 꾸렸다. 이듬해 장남 한문규를 시작으로 1947년 장녀 한복려, 1949년 차녀 한복선, 1952년 삼녀 한복진, 1957년 차남 한용규를 낳으며 2남 3녀의 어머니가 되었다. 6.25 전쟁 당시 숙명여전이 부산으로 피란 가자 숙명여전 교수를 그만두고 영등포여자고등학교 강사로 부임했다. 이후 명지대학교를 거쳐 한희순 상궁의 거처와 가까운 왕십리 근교의 한양대학교 가정과 교수로 부임하며 학술 활동을 이어갔다.
2. 주요 활동 및 업적
황혜성 여사는 궁중음식의 학술적 연구와 실제적 보존 및 전승에 평생을 헌신하며 한국 전통 식문화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2.1. 학술 활동
황혜성은 숙명여자대학교, 한양대학교, 명지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힘썼고, 성균관대학교 가정대 학장을 역임하며 학술 행정에도 참여했다. 그녀는 궁중음식의 조리법을 단순히 전수받는 것을 넘어, 이를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체계화하여 한국 음식문화의 학문적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2.2. 궁중음식의 보존 및 전승
황혜성은 궁중음식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이를 보존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2.2.1. 문화재 지정 및 계량화
황혜성 여사는 문화재 전문위원을 지내던 1962년부터 1978년까지 단국대학교 교수인 석주선의 적극적인 응원과 함께 조선왕조 궁중음식을 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69년 12월 회의를 통해 1970년부터 조선왕조 궁중음식을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로 등록하기로 결정되었다.
1·4 후퇴 당시 분실되었던 궁중요리 조리법을 복기하는 한편, 규장각의 음식발기와 진연의궤류를 발굴하여 고증 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한희순 상궁과 제자 이혜경과 함께 궁중음식의 재료를 계량화하고 조리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1957년 스승 한희순과 공동으로 《이조궁정요리통고 (李朝宮廷料理通考)》를 출간하는 등 궁중음식의 학술적 토대를 마련했다. 1972년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사인 한희순 상궁이 노환으로 별세하자, 석주선의 설득으로 이듬해인 1973년 제2대 기능보유자 자리를 물려받아 궁중음식 전승의 막중한 책임을 이어갔다.
2.2.2. 국제 활동 및 대중화
황혜성은 1971년 서울특별시 종로구 가회동에 사단법인 궁중음식연구원을 설립하여 궁중음식의 전승 및 실제적인 보급에 큰 기여를 했다. 그녀는 궁중음식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미국, 일본, 프랑스, 필리핀, 대만 등지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조선궁중음식을 전시하고 강습하는 등 활발한 국제 활동을 펼쳤다. 또한 대중매체를 통해 궁중음식을 소개하여 많은 한국인들에게 궁중음식을 친숙하게 알리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3. 저서 및 연구
황혜성 여사는 궁중음식과 전통음식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남겼다. 그녀의 저술은 궁중음식의 학문적 체계를 세우고 대중에게 그 가치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주요 저서로는 다음과 같다.
- 1957년: 《이조궁정요리통고 (李朝宮廷料理通考)》 (스승 한희순과 공동 저작)
- 1976년: 《한국요리백과사전》, 《한국의 미각》
- 1982년: 《한국의 요리 (韓國의 料理)》
- 1985년: 《한국음식》, 《전통의 맛》
- 1987년: 《한국의 식(韓國의 食)》
- 1989년: 《한국의 전통 음식》
- 1993년: 《조선왕조 궁중 음식》
- 1997년: 《한국음식 대관 - 6권 궁중의 식생활》
- 1998년: 《우리 음식 백가지》
- 《궁중음식》
- 《한국의 미학 (韓國의 味覺)》
- 《전통의 맛》
- 《12첩 수라상으로 차린 세월》
- 《고종24년 진찬의궤 찬물에 대한 분석적 연구》
4. 가족 관계
황혜성 여사는 슬하에 2남 3녀를 두었으며, 자녀들 모두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궁중음식 및 식문화 관련 분야에 종사하며 전통의 계승에 기여하고 있다. 장녀 한복려는 현재 궁중음식연구원 원장이자, 어머니의 뒤를 이어 제3대 조선왕조 궁중요리 기능자로 지정되었다. 차녀 한복선은 한복선 식문화연구원을 운영하며, 삼녀 한복진은 전주대학교 문화관광대학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5. 수상 및 서훈
황혜성 여사는 궁중음식 보존과 전승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여러 차례 중요한 수상과 서훈을 받았다.
- 197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제2대 기능보유자로 지정
- 1985년: 대한민국 교육훈장 목련장
- 1990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보관장
- 2006년 8월: 조선왕조 궁중음식 명예보유자로 지정
6. 사망
황혜성 여사는 2006년 12월 14일 오후 12시 30분, 서울의료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였다. 그녀의 별세는 한국 전통 식문화계에 큰 아쉬움을 남겼다.
7. 평가 및 영향
황혜성 여사는 조선왕조 궁중음식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발굴하고 연구하며 대중에게 널리 알린 선구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녀의 노력 덕분에 궁중음식은 단순한 옛 기록이 아닌,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계승될 수 있었다. 특히 조리법을 계량화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후학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 것은 그녀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이다. 그녀는 학술 연구와 실질적인 전승 활동을 병행하며 한국 식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국내외에 알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녀의 가족들 또한 그 뜻을 이어받아 궁중음식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그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
7.1. 탄생 100주년 기념
2020년 7월 5일, 황혜성 여사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구글 두들에 그녀의 모습이 등장하며 전 세계에 그녀의 업적이 소개되었다. 또한 궁중음식연구원은 구글 아트 앤드 컬처와 협력하여 황혜성을 기념하는 특별 온라인 전시회를 개최, 그녀의 삶과 업적을 기리고 그 유산을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8. 외부 링크
- [https://web.archive.org/web/20120402011851/http://www.womenshistory.re.kr:7070/ControlJsp.jsp?MENU_MST_CODE=05&MENU_MID_CODE=0200&META_CODE=ZZ-06-000000-121&sub_check=N 여성인물사 - 황혜성] (한국여성사 지식정보시스템)
- [https://artsandculture.google.com/exhibit/%ED%99%A9%ED%98%9C%EC%84%B1-%ED%8F%89%EC%83%9D%EC%9D%84-%EB%B0%94%EC%B3%90-%EA%B6%81%EC%A4%91%EC%9D%8C%EC%8B%9D%EC%9D%84-%EB%90%98%EC%82%B4%EB%A0%A4%EB%82%B4%EB%8B%A4/lAJCZQs5UirUIQ 황혜성: 평생을 바쳐 궁중음식을 되살려내다] 재단법인 궁중음식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