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다이 버논(Dai Vernon영어, 1894년 6월 11일 ~ 1992년 8월 21일)은 본명이 데이비드 프레더릭 윙필드 버너(David Frederick Wingfield Verner영어)인 캐나다의 마술사였다. 그는 무대에서 주로 "다이 버논" 또는 "더 프로페서"(The Professor영어)라는 예명으로 활동했으며, 특히 "다이"라는 이름은 "DIE" 또는 "데이비드"의 "DAY"처럼 발음된다고 본인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마술계에서는 그를 "마술의 신"으로 칭송하기도 했다.
버논은 슬레이트 오브 핸드 기술과 지식, 특히 카드 마술과 클로즈업 마술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 동료 마술사들로부터 깊은 존경을 받았으며, 수많은 후대 마술사들의 멘토 역할을 수행했다. 그의 독창적인 마술 이론과 기술은 "버논 터치"로 불리며 현대 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963년부터 그는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위치한 명성 높은 회원제 나이트클럽인 매직 캐슬의 상주 마술사로 활동하며 말년을 보냈으며, 1990년 96세의 나이로 공식적으로 공연에서 은퇴했다.
2. 초기 생애 및 배경
버논은 1894년 6월 11일 캐나다의 오타와에서 데이비드 프레더릭 윙필드 버너라는 본명으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정부 공무원이자 아마추어 마술사였으며, 버논은 자신이 7살 때 아버지에게서 첫 마술 기술을 배웠다고 자주 언급하곤 했다. 그는 종종 "인생의 처음 6년을 낭비했다"고 농담처럼 덧붙이기도 했다.
버논은 7살 때 아버지가 보여준 마술 쇼를 본 후 처음으로 마술에 매료되었다. 그가 소유한 첫 번째 마술 서적은 S. W. 어드네이스의 저서인 『The Expert at the Card Table』의 초판본이었다. 13세가 되기 전에 그는 이 책의 내용을 모두 암기할 정도로 마술에 깊이 빠져들었다. 어린 시절 그는 오타와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또 다른 젊은 마술사 클리프 그린과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린이 버논에게 "어떤 종류의 마술을 하느냐?"고 묻자, 버논은 그린에게 카드 한 장을 말해보라고 했다. 버논은 주머니에서 카드 덱을 꺼내 덱의 가장 위 카드를 뒤집어 그린이 말한 카드를 드러낸 후 "이런 종류의 마술을 한다네. 자네는 어떤 종류의 마술을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청년 시절, 버논은 뉴욕 시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그는 클라이드 파워스의 마술 가게 뒷방에서 제임스 윌리엄 엘리엇 박사, 나테 라이프치히, 해리 켈러 등 당대의 다른 마술사들과 친분을 쌓으며 인정을 받았다. 버논은 온타리오주 킹스턴에 위치한 로열 밀리터리 칼리지 오브 캐나다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했으나, 제1차 세계 대전 무렵에는 뉴욕 시로 거처를 옮겼다.
그가 '다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한 신문에서 '데이비드'라는 이름의 웨일스어 약칭으로 이 이름을 사용한 후부터였다. '버논'이라는 성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그가 처음 미국으로 이주했을 때 인기 있는 아이스 스케이팅 페어의 남자 선수가 '버논'이라는 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인들이 끊임없이 그의 성을 인기 아이스 스케이팅 선수와 혼동하자, 그는 사람들을 일일이 정정하는 데 지쳐 결국 '버논'이라는 성을 받아들였다.
3. 경력의 시작과 발전
버논은 슬레이트 오브 핸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기술 덕분에 오랫동안 "더 프로페서"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초창기에 "카드 왕"이라고 불리던 해리 후디니는 카드 마술을 세 번 연속으로 보면 그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고 자랑하곤 했다. 이에 버논은 후디니에게 한 가지 마술을 보여주었다. 이 마술은 덱의 맨 위 카드를 두 번째 자리로 옮긴 후, 맨 위 카드를 다시 뒤집으면 원래의 카드가 다시 나타나는 기술로, 후에 '앰비셔스 카드'로 알려지게 되었다. 후디니는 버논이 이 마술을 일곱 번(일부 이야기에 따르면 다섯 번)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매번 "다시 해봐"라고 요청했다. 마침내 후디니의 아내와 버논의 친구들이 "인정해, 후디니, 자네는 속았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버논은 수년 동안 자신의 광고에 '후디니를 속인 남자'(The Man Who Fooled Houdini영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버논은 클로즈업 마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부정직한 도박꾼들과 카드 치트를 찾아다녔다. 그는 카드 속임수에 대해 아는 사람들을 찾아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초기 생애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는 비록 전국적인 전문 마술사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지만, 잡지 『더 스핑크스』를 통한 홍보 덕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40대가 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재능 있는 아마추어에 불과했다. 매직 캐슬에 정착하기 전까지 버논은 몇 달 이상 안정적인 정규직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는 가끔 나이트클럽이나 남아메리카를 오가는 크루즈 선박에서 마술 공연을 했고, 제2차 세계 대전 중에는 USO (조직)와 함께 필리핀에서 연예인으로 순회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의 공학 학위는 가끔 청사진을 읽는 일에 활용되었다.
버논의 주된 수입원은 맞춤형 실루엣 초상화를 그리는 일이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이 재능으로 그는 약 2분 작업에 0.25 USD에서 0.5 USD를 벌었다. 이는 1938년 미국의 첫 최소 임금이 시간당 0.25 USD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입이었다. 그는 동료 코니 아일랜드 실루엣 작가인 E. J. 페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일주일에 몇 시간 실루엣을 그리는 것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자신의 슬레이트 오브 핸드 취미에 자금을 댈 수 있었다.
버논은 장 위가르드와 프레더릭 브라워의 『익스퍼트 카드 테크닉』(Expert Card Technique영어)에 실린 많은 작업에 대해 공로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다. 비록 나중에 출판된 판본에는 버논의 기여를 인정하는 추가 챕터가 포함되긴 했지만, 슬레이트 오브 핸드의 상당 부분이 버논이 수년간의 탐색 끝에 발견한 것이었다.
4. 주요 마술 기법 및 이론
다이 버논은 카드 마술, 클로즈업 마술, 동전 마술, 멘탈 마술 등 다양한 마술 분야에서 활약하며 혁신적인 기법과 이론을 창안하거나 발전시켰다. 그는 특히 슬레이트 오브 핸드의 대가로 인정받았다.
그가 창안하거나 발전시킨 대표적인 마술 기술로는 '컵 앤 볼' 루틴과 '링 심포니'(Symphony of the Rings영어) 루틴이 있다. 그의 '컵 앤 볼' 루틴은 현재까지도 표준으로 여겨지며, 여섯 개의 고리를 사용하는 '링 심포니'는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중국 고리 마술 루틴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그는 또한 고전적인 마술 기술들을 단순히 개량하는 것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원리를 개발하는 데에도 큰 공헌을 했다.
버논의 마술 철학은 '버논 터치'(Vernon Touch)로 대표된다. 이는 "자연스러워라, 자기 자신이 되어라"(Be natural, Be yourself영어)는 그의 유명한 격언에서 잘 드러난다. 그의 손을 거친 마술은 버논 터치라 불리는 독특한 분위기를 띠게 되며, 그가 구성한 많은 작품들은 누구의 손으로도 연기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의 방대한 지식량은 그를 "프로페서"라는 존칭으로 불리게 했고, 전 세계 마술사들로부터 친근하게 여겨졌다.
5. 멘토링 및 후대에 미친 영향
다이 버논은 "프로페서" 또는 "마술의 신"이라는 존칭으로 불리며, 세계 마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특히 후대 마술사들에게 멘토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수많은 유명 마술사들이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의 제자 중에는 리키 제이, 퍼시 다이아코니스, 더그 헤닝, 래리 제닝스, 브루스 서본, 마이클 아마르, 존 카니, 리처드 터너, 마이클 스키너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버논의 기술과 철학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버논은 1969년 일본의 완구 회사 텐요의 초청으로 일본을 처음 방문했다. 그는 이 방문 중에 일본 마술사 사와 히로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극찬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의 독창적인 이론과 기술, 그리고 후학 양성에 대한 헌신은 한 시대를 풍미했으며, 오늘날까지도 그의 기법과 철학은 수많은 서적, 비디오, DVD 등을 통해 분석되고 해설되며 후대 마술사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있다.
6. 매직 캐슬과 말년
1963년부터 다이 버논은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위치한 독점적인 전문 나이트클럽인 매직 캐슬의 상주 마술사이자 스타 명물로 활동하며 생의 마지막 30년을 보냈다. 그는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 수많은 마술사들을 가르치고 멘토링하며 마술계에 헌신했다. 1990년, 96세의 나이로 공식적으로 공연 활동에서 은퇴했지만, 그는 여전히 매직 캐슬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마술계의 거장으로 존경받았다.
7. 개인 생활
다이 버논은 1924년에 마술사의 조수였던 유지니 헤이즈(Eugenie "Jeanne" Hayes영어)와 결혼했다. 그들에게는 시어도어(Theodore영어)와 데릭(Derek영어)이라는 두 아들이 있었다. 두 부부는 1950년대부터 별거했지만, 공식적으로 이혼하지는 않았다.
8. 저술 및 출판물
다이 버논의 마술 이론과 기술을 담은 주요 저서들은 대부분 루이스 간손(Lewis Ganson영어)에 의해 편집되거나 일부는 직접 저술되었다. 그의 이론을 분석하고 해설한 서적, 비디오, DVD 등은 매우 많다. 다음은 그의 주요 저서 목록이다.
제목 | 출판 연도 |
---|---|
『다이 버논의 마법 책』 (Dai Vernon's Book of Magic영어) | 1957 |
『링 심포니』 (The Symphony of the Rings영어) | 1958 |
『카드 마술의 내밀한 비밀들』 (Inner Secrets of Card Magic영어) | 1959 |
『카드 마술의 더 많은 내밀한 비밀들』 (More Inner Secrets of Card Magic영어) | 1960 |
『카드 마술의 추가 내밀한 비밀들』 (Further Inner Secrets of Card Magic영어) | 1961 |
『말리니와 그의 마술』 (Malini & His Magic영어) | 1962 |
『초창기 버논』 (Early Vernon영어) | 1962 |
『다이 버논의 나테 라이프치히 헌정록』 (Dai Vernon's Tribute to Nate Leipzig영어) | 1963 |
『카드 마술의 궁극적인 비밀들』 (Ultimate Secrets of Card Magic영어) | 1967 |
『다이 버논의 확장 강의 노트』 (Dai Vernon's Expanded Lecture Notes영어) | 1970 |
『다이 버논의 계시록』 (Dai Vernon's Revelations영어) | 1984 |
『버논 터치』 (Vernon Touch영어) | 2006 |
『필수 다이 버논』 (The Essential Dai Vernon영어) | 2009 (선집) |
그 외에도 『시크릿』(Secrets영어, 1930년대), 『다이 버논의 엄선된 비밀들』(Dai Vernon's Select Secrets영어, 1941), 『첫 캘리포니아 강의』(The First California Lecture영어, 1947), 『다이 버논의 컵 앤 볼 루틴』(Dai Vernon Cups and Balls Routine영어, 1958), 『잃어버린 내밀한 비밀들』(The Lost Inner Secrets영어, 1987), 『더 많이 잃어버린 내밀한 비밀들』(The More Lost Inner Secrets영어), 『추가로 잃어버린 내밀한 비밀들』(The Further Lost Inner Secrets영어), 『후디니를 속이다: 마법 같은 삶, 다이 버논』(The Fooled Houdini: Dai Vernon a Magical Life영어) 등의 저술 및 관련 출판물이 있다.
9. 사망
다이 버논은 1992년 8월 21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카운티 램비어에 있는 아들의 집에서 9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전기 작가 칼 존슨(Karl Johnson영어)에 따르면, 그는 화장되었고 그의 유골함은 매직 캐슬로 옮겨져 그의 마술 인생의 사진과 기념품으로 가득 찬 벽의 높은 선반에 전시되었다.
10. 유산 및 평가
마술사들 사이에서 다이 버논은 카드 마술, 동전 마술, 그리고 다른 작은 소품을 이용한 수많은 클로즈업 마술 효과를 창안하거나 개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컵 앤 볼' 루틴은 오늘날 표준으로 여겨지며, 그의 6고리 '링 심포니'는 현재까지도 가장 인기 있는 중국 고리 마술 루틴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2006년 6월, 캐나다 마술사 데이비드 벤(David Ben영어)이 저술한 버논의 첫 심층 전기인 『다이 버논: 전기, 예술가, 마술사, 뮤즈 (1권: 1894-1941)』(Dai Vernon: A Biography, Artist, Magician, Muse (Vol. 1: 1894-1941)영어)가 스쿼시 퍼블리싱(Squash Publishing영어)에서 출간되었다. 1999년에는 다이 버논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 버논: 마술의 정신'(Dai Vernon: The Spirit Of Magic영어)이 개봉되었다. 또한 2003년 영화 『쉐이드』에 등장하는 '프로페서'(The Professor영어) 캐릭터(할 홀브룩 연기)와 '버논'(Vernon영어) 캐릭터(스튜어트 타운젠드 연기)는 다이 버논을 기반으로 하거나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이러한 대중문화에서의 묘사는 그가 마술계 외부에서도 인정받는 상징적인 인물이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