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애
왕자지는 1066년에 태어나 1122년에 사망한 고려 중기의 주요 인물이다. 그의 생애는 출생과 가문, 초기 관료 생활, 군사적 업적, 외교 및 문화적 기여, 그리고 후반기 관직 경력으로 나눌 수 있다.
1.1. 출생과 가문
왕자지는 1066년 개경에서 태어났으며, 정확한 생일은 알려져 있지 않다. 그의 고조부 왕유는 본래 박씨 성을 가졌으나, 태봉 시기 궁예의 난정에 실망하여 출가했다가 918년 왕건을 만나 여러 요직을 거쳐 공을 세워 왕씨 성을 하사받았다. 932년(고려 태조 15년) 대상(大相)이 되어 5대 10국의 후당에 파견되어 조공을 바치고 태조를 고려왕으로, 왕비 유씨를 하동군부인(河東郡夫人)에 책봉할 것을 주청하여 승인을 얻어 책봉고명서를 받아왔다. 이후 왕유는 해주 왕씨의 시조가 되었다. 일설에는 고조부 왕유가 중국 산동성 출신이라는 설도 있다.
왕자지의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자매에 대한 기록은 미상이다. 그의 누이는 왕국모와 결혼했는데, 왕국모가 사망할 당시 자녀들이 어려 처남인 왕자지가 대신 상주 노릇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부인은 황려군부인 김씨(黃驪夫人 金氏)로, 경주 김씨 또는 여주 김씨라는 설이 있으나 선계는 불확실하다. 황려군부인의 아버지는 검교태자소사(檢校大子少師) 김정지(金廷砥)이고, 할아버지는 검교태사 장작감(檢교大師 將作監) 김자화(金子華)이며, 증조할아버지는 검교사공 상서우복야(檢校司空 尙書右僕射) 김경렴(金慶廉)이다.
1.2. 초기 경력 및 관직
왕자지의 어린 시절과 초기 생애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그는 음서를 통해 관직에 나아가 서리(胥吏)가 되었고 여러 관직을 지냈다. 이후 그의 매부인 왕국모가 이자의를 제거하는 거사에 협력하여 도교령(都校令)에 임명되었다. 이때 왕자지는 궐문을 지키고 있었으며, 왕국모의 거사가 성공하면서 그는 요직에 발탁될 수 있었다.
고려 숙종 때에는 왕을 가까이서 보필하는 신진 관료를 뜻하는 내시(內侍)를 지냈고, 두 번의 전직을 거쳐 전중시어사(殿中侍御史)가 되었다. 고려시대의 내시는 조선시대와 달리 환관이 아니었다.
1.3. 군사 활동 및 여진족 토벌
고려 예종 때인 1108년(예종 3년), 왕자지는 병마판관(兵馬判관)으로 재직 중 대원수 윤관의 부장으로 출정하여 윤관, 오연총 등과 함께 함주(咸州) 등지에서 여진족을 정벌하였다.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전투에 참여하여 공을 세웠다. 그 해 8월 11일에는 척준경과 함께 함주와 영주에서 여진족 33인의 수급을 베었으며, 9월 11일에는 행영병마판관(行營병馬判官)으로서 척준경과 함께 사지령(沙至嶺)에서 여진족을 공격하여 27명의 머리를 베고 3명을 사로잡았다.
여진족의 기습 공격으로 고려군이 퇴각할 때 왕자지는 말을 잃고 화살을 맞아 죽을 위기에 처했으나, 척준경이 달려와 그를 구출하여 돌아갔다. 척준경은 말을 잃은 왕자지를 위해 여진족을 추격하여 사살하고 갑옷 입힌 말 한 필을 구해 주었다. 이 일을 계기로 왕자지는 척준경과 가까워졌다고 한다. 이후 여진족의 저항이 계속되자 오연총이 출정하였고, 왕자지는 다시 그의 부장으로 참전했다. 오연총의 지휘 아래 문관(文冠)·김준(金晙)·왕자지는 정예 병력 1만 명을 이끌고 출전하여 네 갈래로 병력을 나누어 수륙으로 함께 전진하며 오음지령(烏音志嶺)과 사오령(沙烏嶺)에서 여진족과 교전하였다. 그는 여러 번 윤관 등을 도와 여진족 정벌에 출정하여 승리하고 돌아왔다.
1108년 1월, 권지승선(權知承宣)으로 공험성(公險城, 현 함경북도 회령)에서 군사를 거느리고 도독부에 오다가 매복 중이던 여진족 추장 사현(史現)의 군사를 만나 싸우다 패하여 타고 있던 말을 잃었다. 이때 척준경이 날랜 군사를 이끌고 와서 그를 구하고 적을 패퇴시켜 말과 함께 오랑캐의 갑옷 입힌 말을 빼앗아 가지고 돌아왔다. 이후 시랑으로 있다가 1109년 3월 승선 임언(林彦) 등과 함께 동계행영 병마별감(東界行營兵馬別監)으로 부임하였다.
1.4. 외교 활동 및 문화적 기여
왕자지는 군사적 활동 외에도 외교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1114년 6월, 그는 호부낭중 문공언(文公彦)과 함께 송나라 개봉부에 사절로 파견되었다. 1115년에는 이부상서(吏部尙書)가 되었고, 그해 4월 다시 사은 겸 진봉사(謝恩兼進奉使)로 문공언과 함께 송나라 개봉부에 파견되었다가 6월에 귀국하였다.
특히 1116년(예종 11년) 음력 6월, 그는 하례사(賀禮使)로 임명되어 문공미(文公美)와 함께 송나라에 갔다가 송나라 휘종에게 대성아악(大晟雅樂)을 전수받아 고려에 도입하는 큰 문화적 업적을 남겼다. 대성아악은 이후 고려의 아악(雅樂)으로 정착되었고, 문묘제례악의 기원이 되어 조선시대 내내 높이 평가되었다.
1.5. 후반기 관직 경력
왕자지는 여러 요직을 거치며 관료 생활을 이어갔다. 전중소감(殿中小監), 전중감(殿中監), 예빈시경(禮賓侍卿), 추밀원지주사(樞密院知奏事) 등을 역임했다. 1112년(예종 2년) 2월 27일에는 이부시랑 추밀원좌승선(吏部侍郞樞密院左承宣)을 거쳤고, 1113년(예종 8년) 12월에는 예빈시경 겸 추밀원지주사가 되었다. 이후 전중시소감(殿中侍少監), 전중감 등을 거쳐 다시 추밀원지주사가 되어 1114년 6월 호부낭중 문공언과 함께 송나라 개봉부에 파견되었다. 1115년에는 이부상서가 되었다.
1117년(고려 예종 12년) 2월 20일에는 좌산기상시(左散騎常侍) 동지추밀원사(同知樞密院事)가 되었고, 그해 12월에는 병부상서 겸 지추밀원사(兵部尙書兼知樞密院事)를 역임했다. 1118년에는 동북면병마사 겸 지행영병마사(東北面兵馬使兼知行營兵馬事)로 나갔다가 다시 내직으로 돌아와 1119년 추밀원사 겸 판삼사사(樞密院使兼判三司事)가 되었다. 추밀원사 재직 중 팔관회 행사의 습의(習儀) 도중 추밀원에서 차린 과탁(果卓)이 사치스러워 대관(臺官)이 일을 맡은 별가(別駕)를 체포하는 일이 있었다. 이때 왕자지는 한안인(韓安仁)과 함께 술에 취하여 성을 내고 꾸짖으며 별가를 석방하라 하였으나 대관이 듣지 않아 물의가 되었다.
1120년에는 송나라 황제가 금함(金函)에 담아 선물로 보내온 부처의 사리, 치아와 두골(頭骨) 일부를 외제석원(外帝釋院)에 안치하였다가, 다시 산호정(山呼亭)에 안치하는 일을 주관하였다. 그 뒤 호부상서를 거쳐 1122년 3월 이부상서가 되었다가 참지정사 판호부사(參知政事判戶部事)가 되었다.
2. 개인 생활
왕자지는 황려군부인 김씨(黃驪夫人 金氏, 1063년 ~ 1130년 7월 10일)와 결혼하였다. 부인 김씨의 아버지는 김정지, 할아버지는 김자화, 증조할아버지는 김경렴이다.
그의 아들은 왕의(王毅)이며, 왕의의 부인은 판장작감사(判將作監事)를 지낸 서균(徐鈞)의 딸 서씨이다. 왕자지의 딸은 고려 예종의 처남이자 고려 인종의 외숙모가 되는 인척 관계를 가졌다. 그의 딸은 척신 이자겸(고려 예종의 왕비 인예왕후의 친정아버지이자 고려 인종의 1, 2비 폐비 이씨 자매의 아버지)의 아들 이공의(李公儀)에게 출가하였다. 이공의는 위위시경, 형부시랑을 역임했으며, 이자겸의 차남이다. 이공의는 최충의 증손 최사추(崔思諏)의 외손이기도 하다. 이자겸이 반란을 일으켜 패하자 이공의는 유배당했다.
가족 관계는 다음과 같다.
| 구분 | 인물 | 비고 |
|---|---|---|
| 처증조부 | 김경렴(金慶廉) | 검교사공 상서우복야 |
| 처조부 | 김자화(金子華) | 검교태사 장작감 |
| 처부 | 김정지(金廷砥) | 검교태자소사, 본관은 경주 |
| 부인 | 황려군부인 경주김씨(黃驪夫人慶州金氏) | 1063년 ~ 1130년 7월 10일 |
| 아들 | 왕의(王毅) | |
| 자부 | 서씨 | 판장작감사 서균의 딸 |
| 딸 | 해주 왕씨(海州 王氏) | |
| 사위 | 이공의(李公儀) | 위위시경, 형부시랑 역임, 이자겸의 차남 |
| 누나 | 해주 왕씨(海州 王氏) | |
| 자형 | 왕국모(王國髦) | ? ~ 1095년, 개성 왕씨 |
| 조카 | 이름 미상 |
3. 사망 및 사후 평가
왕자지는 1122년(예종 17년) 음력 3월 24일, 참지정사로 재직 중 개경에서 병으로 사망하였다. 사망 당시 그의 나이는 향년 57세였다. 고려 예종은 왕자지의 죽음을 슬퍼하여 3일간 조회를 파하고 부의를 내려주었다.
그의 묘지는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기록되어 있지 않으나, 부인 황려군부인 김씨의 묘지명에 의하면 경기도 임강현(臨江縣) 세곡(細谷) 서산(西山)에 매장되었다고 한다. 후일 1130년에 사망한 그의 처는 그의 묘소 북쪽에 매장되었다.
사후 왕자지는 고려 예종의 묘정(廟庭)에 배향되었으나, 뒤에 간관(諫官)들이 상소를 올려 "전공은 있으나 위로 임금을 광구(匡救)한 바 없고, 아래로는 백성을 이택(利澤)한 바 없다"고 거듭 주장하여 결국 종묘 배향이 취소되어 출향되었다. 그의 시호는 장순이다. 문묘제례악의 기원이 된 대성아악을 도입한 점은 조선시대 내내 높이 평가되었다.
4. 관련 주제
왕자지와 관련된 주요 인물, 사건, 음악, 제도 등은 다음과 같다.
- 윤관
- 척준경
- 오연총
- 이자겸
- 이자겸의 난
- 고려 예종
- 인예왕후
- 이공의
- 문공미
- 대성아악
- 문묘제례악
- 아악
- 장악원
- 강동 6주
- 동북 9성
- 음서 제도
- 내시
- 이부상서
- 추밀원사
5. 외부 링크
- [https://archive.today/20120716233411/http://preview.britannica.co.kr/bol/topic.asp?article_id=b16a2401a 왕자지:브리태니커]
- [https://web.archive.org/web/20160303191638/http://people.aks.ac.kr/front/tabCon/ppl/pplView.aks?pplId=PPL_5COb_A1066_1_0007626 왕자지:한국역대인물종합정보]
- [https://web.archive.org/web/20160303191638/http://koreandb.nate.com/history/people/detail?sn=10914 왕자지:네이트 한국학]
- [https://web.archive.org/web/20240423070440/http://100.naver.com/100.nhn?docid=117445 왕자지:네이버 백과사전]
- [https://web.archive.org/web/20050130035823/http://www.yugyo.org/kor/culture/art/art_view.php?art_code=A0005&art_gubun=B&lang_code=KOR 문묘제례악의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