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조개(晁盖Cháo Gài중국어)는 중국 문학의 사대기서 중 하나인 《수호전》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로, 양산박의 2대 수령이다. 그의 별호는 "탁탑천왕(托塔天王)" 또는 "철천왕(鉄天王)"이며, 동료들 사이에서는 "조천왕(晁天王)"으로 불렸다. 그는 양산박의 호걸 108명이 모두 모이기 전에 전사했기 때문에 정식으로 108성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양산박 초기의 기틀을 다지고 정신적인 구심점 역할을 한 매우 중요한 인물로 평가된다. 불의한 재물을 빼앗아 민중의 고통에 저항하는 의로운 호걸로서, 그의 죽음 이후에도 양산박 무리에게 정신적인 수호신이자 숭배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2. 인물 배경
조개는 산둥성(山东省) 운성현(郓城縣) 동계촌(東溪村) 출신으로, 부유한 가문의 자제이자 동계촌의 보정(保正), 즉 마을 촌장이자 향사(鄕社)였다.
그의 별호인 탁탑천왕(托塔天王)은 특이한 일화에서 유래한다. 이웃 마을인 서계촌(西溪村)에 귀신을 진압하기 위한 보탑이 세워졌는데, 이로 인해 오히려 동계촌에 귀신들이 모여들자 성난 조개가 직접 그 보탑을 혼자 메고 동계촌으로 옮겨왔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흔히 조천왕(晁天王)이라 불렸다.
조개는 무술을 좋아하고 의협심이 두터운 호한으로 명성이 높았다. 그는 어려운 사람에게는 반드시 손을 내밀어 도움을 주었고, 가난한 이에게는 재물을 베풀었으며, 천하의 호걸들과 널리 교유하며 의지하는 자는 자신의 저택에 머물게 하고 노잣돈까지 내어 주는 등 세상에 널리 이름을 알렸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건장한 체격에 엄청난 괴력을 지녔으며, 박도(朴刀)의 달인이자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독신으로 지냈다. 송강과 마찬가지로 의협심이 강하고 사람을 가리지 않고 대했지만, 부드러운 송강에 비해 성격이 엄격하고 다소 화를 잘 내는 면도 있었다. 지역의 포두인 주동과 뇌횡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2.1. 초기 활동
어느 날, 조개를 찾아온 친구 유당으로부터 재상 채경에게 바쳐질 생일 선물인 생신강(生辰綱)이 양지의 호송 아래 동계촌을 지나갈 것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유당은 이 생신강이 백성에게서 착취한 불의의 재물임을 알리며 조개에게 탈취를 제안한다.
유당은 조개에게 가는 도중 술에 취해 폐사에서 잠들었다가 순찰 중이던 뇌횡에게 도주범으로 오인받아 체포된다. 뇌횡이 조개의 집에서 잠시 쉬어가는 사이, 조개는 몰래 유당과 만나 자초지종을 듣고 유당을 자신의 먼 친척이라고 속여 뇌횡으로부터 풀어주도록 설득한다.
조개는 오용, 공손승, 그리고 완소이, 완소오, 완소칠 삼형제 및 백승과 함께 7명의 의적단("일곱 별" 그룹)을 결성하여 생신강 탈취를 계획한다. 오용의 기지로 그들은 대추 장수로 변장하고, 호송대에게 몽한약(마비약)이 든 술을 마시게 하여 모두를 혼절시킨 후 생신강을 성공적으로 탈취한다.
사건 후, 관헌은 포두 하도(何濤)를 시켜 강도들을 추적한다. 백승은 경솔하게 자신의 역할을 드러내 체포되고 모진 고문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지만, 하도는 이미 조개가 공범 중 한 명임을 알고 있었다.
당시 운성현의 관료이자 조개와 의형제를 맺고 있던 송강은 위험을 감지하고 조개 일행에게 몰래 피신할 것을 경고한다. 운성현의 관리인 주동과 뇌횡 또한 조개와의 오랜 친분을 고려하여 그들이 도주할 수 있도록 비밀리에 도와준다. 이들 덕분에 조개 일행은 관군을 물리치고 무사히 도주한다.
3. 양산박 입성 및 수령 취임
조개 일행은 계속되는 관군의 추격을 피해 양산박으로 도주하여 그곳의 도적 집단에 합류하려 한다.
당시 양산박의 초대 수령이었던 왕륜은 조개가 뛰어난 인물임을 알고 자신의 수령 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 선물을 주며 조개 일행을 양산박에서 내보내려 한다.
이에 조개 일행의 군사 오용은 이미 왕륜의 소심함과 협량함에 불만을 품고 있던 양산박의 부수령 임충을 부추긴다. 임충은 왕륜의 좁은 마음과 무능함에 실망하여 마침내 왕륜을 살해한다.
왕륜이 제거된 후, 임충과 양산박의 다른 부두령들인 송만, 두천, 주귀 등은 조개를 양산박의 새로운 수령으로 추대하고, 조개는 양산박의 2대 수령으로 취임한다.
4. 양산박 수령 시기
조개는 양산박의 수령으로서 주로 본거지를 지키고 지원군을 파견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강주에서 송강이 체포되었을 때, 조개는 직접 군세를 이끌고 출정하여 송강을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이후 조개는 송강에게 수령의 자리를 양보하려 하지만, 송강은 정중히 이를 거절한다.
이 시점부터 양산박의 방위는 조개가 맡고, 외부 원정은 송강이 이끄는 방식으로 역할이 분담된다. 조개는 이후 전투에 직접 출진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비록 본인은 여러 차례 출진하기를 원했지만, 주위의 만류로 인해 이루어지지 않았다.)
5. 죽음
증두시(曾頭市)의 증씨 가문은 지속적으로 양산박에 적대감을 보였으며, 양산박의 지도자들을 모욕하는 글귀를 요새 주변에 내걸었다. 특히 단경주가 조개에게 선물하려던 명마인 옥사자(玉獅子)를 증씨 가문이 강탈하고, 별다른 이유 없이 유당을 매복 공격하여 부상시키는 사건이 발생하자, 조개는 더 이상 그들의 도발을 참지 못한다.
조개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양산박의 군사를 이끌고 증두시 원정에 나선다. 그러나 증씨 가문의 계략에 빠져 패배하고 만다.
전투 중, 조개는 증두시 무술 사범인 사문공이 쏜 독화살에 이마를 맞고 중상을 입는다. 가까스로 양산박으로 귀환하지만, 독의 영향으로 인해 얼마 지나지 않아 임종을 맞는다.
죽기 직전 조개는 "사문공을 사로잡아 나의 원수를 갚는 자가 양산박의 다음 수령이 될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긴다.
비록 노준의가 사문공을 물리치고 사로잡는 데 성공하지만, 송강과 다른 두령들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결국 송강이 조개의 뒤를 이어 양산박의 수령이 된다. 송강은 사문공을 처형한 후 그의 머리를 조개의 영혼에 바친다.
6. 사후 위상 및 평가
조개는 사망 후에도 양산박 내에서 중요한 정신적 위상을 유지한다. 그는 양산박의 수호신이자 108호걸들보다 더 높은 존재로 여겨지며, 충의당(忠義堂) 깊숙이 모셔져 숭배되었다.
그의 별호인 탁탑천왕(托塔天王)이 비사문천(毘沙門天)의 전생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작품 내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는다.
조개는 송강의 병을 꿈에 나타나 알려주거나, 양산박에 패하여 도주하려던 사문공을 방해하는 등 영험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인물상은 양산박 호걸들의 대의인 "하늘을 대신하여 도를 행한다(替天行道)"는 사상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또한, 관료 출신으로 의적이 된 그의 개인적인 역사는 양산박이 훗날 정부 관료들을 포섭하고 영입하는 방식의 전조가 되었다.
6.1. 문화대혁명 시기 재해석
1970년대 초,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 마오쩌둥은 《수호전》의 등장인물인 조개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그의 인물을 재해석했다. 마오쩌둥은 조개를 "혁명의 지도자였으나 신격화되어 일선에서 밀려난 인물"로 보았고, 자신 또한 대약진 운동의 실패(마오쩌둥 본인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로 인해 실권을 잃고 반쯤 신격화된 상황을 조개에 비유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오쩌둥은 대대적인 《수호전》 비판 캠페인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조개의 위상이 크게 부각되었다. 양산박 일당이 과연 혁명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마오쩌둥은 "하늘을 대신하여 도를 행한다(替天行道)"는 슬로건 등을 근거로 양산박을 혁명적인 집단으로 보았다.
6.2. 수호전 내 지위 변천
《수호전》의 이야기가 정립되기 이전부터 조개의 이름은 송강을 비롯한 양산박 도적 집단의 전설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남송 말기 또는 원나라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곽성여(郭聖與)의 그림 "송강 삼십육인찬(宋江三十六人賛)"에서는 조개가 34위로 비교적 하위에 위치한다.
이후 《수호전》의 원형이 된 설화집인 《대송선화유사(大宋宣和遺事)》에 수록된 양산박 설화에서는 생신강을 몽한약 술로 빼앗는 이야기나 송강 이하 모든 호걸들이 집결하기 전에 이미 사망했다는 등, 현행 《수호전》에 나타난 조개 이야기의 큰 틀이 이미 완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설화집의 송강 휘하 36인 명단(총 37인)에서는 조개가 36위(최하위)에 배치되어 있다. 이 시기 그의 별호는 "철천왕(鉄天王)"이었다.
이처럼 조개의 지위가 초기 설화에서 낮게 나타난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학계에서는 몇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현재의 《수호전》 스토리가 형성되면서 송강의 선대 수령으로서 이야기상 그의 지위가 상승하고, "천왕"이라는 별호에서 연상되는 비사문천(托塔李天王)의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조개가 "108성 위에 위치하는 번외이자 전체의 수호신"이라는 위치까지 격상되었을 것이라는 미야자키 이치사다(宮崎市定)의 설이 있다.
또한, 조개에서 아우인 송강에게로 수령 자리가 계승되는 이야기가 송 태조(趙匡胤)와 송 태종(趙匡義) 형제의 천재불결지의(千載不決の議)를 모티브로 하여 창작된 후, 궁중의 비밀을 연상시키는 노골적인 내용이 당시 정부를 비판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현재의 형태로 재차 변경되었다는 오쓰카 히데타카(大塚秀高)의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