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엘로스는 J. R. R. 톨킨의 가운데땅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로, 에아렌딜과 엘윙의 아들이자 엘론드의 쌍둥이 형제이다. 태양 제1시대 525년에 태어나 태양 제2시대 442년에 사망하기까지 507년간 생존했다. 그는 반요정으로서 요정의 불멸의 삶과 인간의 필멸의 삶 중 인간의 운명을 선택한 유일한 인물이다. 엘로스의 이러한 결정은 그가 누메노르 왕국의 초대 왕인 타르-민야투아(Tar-Minyatur)가 되는 기반이 되었으며, 그의 후손들은 훗날 아르노르와 곤도르 왕국의 시조가 되었다. 특히 제3시대 말에 그의 후손인 아라고른과 그의 쌍둥이 형 엘론드의 딸 아르웬이 결혼하면서, 두 갈래로 나뉘었던 반요정 가계는 상징적으로 다시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엘로스의 선택과 그가 이룩한 누메노르 건국은 가운데땅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인간 왕조의 시작과 번영, 그리고 쇠락에 이르는 대서사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2. 이름의 유래
엘로스(Elros)라는 이름은 요정어 중 하나인 신다린어에서 유래했으며, '별의 물보라' (Star-spray스타-스프레이영어) 또는 '별거품' (Star-foam스타-폼영어)을 의미한다. 이는 그의 부모인 에아렌딜과 엘윙이 별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반영하는 이름으로, 특히 엘윙이 실마릴을 품고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 울모의 도움으로 거대한 백조의 형상을 하고 에아렌딜에게 날아갔을 때 별처럼 빛났던 사건과도 연결된다.
3. 생애
엘로스의 생애는 가운데땅의 격변기 속에서 시작되었으며, 그가 내린 운명의 선택은 인간 역사에 영원히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3.1. 유년기와 시련
엘로스는 태양 제1시대 후반기인 525년, 에아렌딜과 엘윙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유년기는 부모의 비극적인 운명과 가운데땅을 휩쓴 전쟁의 그림자 아래에서 순탄치 않았다. 당시 가운데땅은 어둠의 군주 모르고스의 위협으로 어느 곳도 안전하지 못했으며, 그의 가족은 시리온 강 근처의 피난처에서 끊임없이 적의 위협을 받았다. 특히 실마릴의 소유권을 주장하던 페아노리안의 공격으로 어머니 엘윙은 실마릴을 품고 바다로 뛰어들어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고, 아버지 에아렌딜은 이미 발리노르에 구원을 간청하러 떠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엘로스와 쌍둥이 형 엘론드는 유년기에 비참한 죽음을 맞을 위험에 처했다.
그러나 페아노르의 아들들 중 마이드로스와 마글로르는 쌍둥이를 죽이지 않고 거두어 양육했다. 마글로르의 간청에 의해 마이드로스가 형제를 보살폈으며, 이들은 페아노르의 아들들 아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분노의 전쟁에서 에온웨가 지휘하는 발리노르 대군이 모르고스를 물리치고 승리하면서 엘로스 형제는 모르고스로부터 받은 시련에서 벗어났지만, 동시에 자신들을 양육했던 마이드로스와 마글로르와도 헤어지게 되었다.
3.2. 운명의 선택
분노의 전쟁 이후, 발라들은 엘로스와 엘론드, 그리고 그들의 부모인 에아렌딜과 엘윙을 포함한 모든 반요정들에게 중대한 선택의 기회를 부여했다. 이는 불멸의 요정으로서 살 것인지, 아니면 필멸의 인간으로서 삶을 마감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운명적인 선택이었다.
엘로스는 오직 홀로 인간의 운명을 선택했으며, 이는 다른 반요정들이 불멸의 삶을 택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의 쌍둥이 형제 엘론드는 요정의 삶을 선택했고, 그의 부모인 에아렌딜과 엘윙 또한 요정의 불멸을 택했다 (에아렌딜은 본래 인간의 운명을 선호했으나, 아내 엘윙을 위해 요정의 삶을 선택했다). 엘로스가 필멸의 인간을 택한 정확한 이유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는 그가 누메노르라는 위대한 인간 왕국을 건국하고 인간 종족의 번영을 이끄는 시조가 되는 기반이 되었다. 그의 선택은 단순히 개인의 운명을 넘어, 가운데땅의 인간 역사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3.3. 누메노르 건국
인간의 운명을 선택한 엘로스에게 발라들은 특별한 축복을 내렸다. 모르고스와의 전쟁에서 에다인이 보여준 용기와 충성에 대한 보상으로, 발라들은 대해 한가운데에 새로운 땅을 마련해 주었다. 이 땅은 별 모양의 거대한 섬 누메노르였으며, 발리노르에 더 가까워 발라들의 영토와 가운데땅 사이에 위치하여 에다인에게 새로운 시작을 허락했다.
태양 제2시대 32년, 엘로스는 축복받은 에다인들을 이끌고 이 새로운 땅 누메노르로 향했다. 그는 누메노르의 초대 왕으로 즉위했으며, 퀘냐어로 '첫 번째 왕'을 뜻하는 타르-민야투아 (Tar-Minyatur타르-민야투아qya)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이후 누메노르의 왕들은 그의 선례를 따라 퀘냐어 이름을 사용하는 전통이 시작되었다. 엘로스는 누메노르의 초기 통치를 확립하며 왕국의 기틀을 다졌고, 그의 지도 아래 누메노르는 강력하고 지혜로운 인간 문명의 중심지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3.4. 재위와 죽음
엘로스는 누메노르의 초대 왕 타르-민야투아로서 태양 제2시대 32년부터 442년까지 무려 410년간 재위했다. 이는 가운데땅의 모든 누메노르 왕, 아르노르 왕, 곤도르 왕들 중에서 가장 긴 재위 기간이었다. 그는 인간의 운명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발라들의 축복으로 다른 인간들보다 훨씬 긴 507년의 수명을 누렸다.
긴 세월 동안 누메노르를 통치하며 왕국의 기반을 확고히 다진 그는 마침내 태양 제2시대 442년, 507세의 나이로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했다. 엘로스의 죽음은 비록 필멸의 운명이었으나, 그의 긴 생애와 성공적인 통치는 누메노르 초기 왕들에게 굳건한 모범이 되었으며, 그의 후손들 또한 다른 인간들보다 긴 수명을 누리는 축복을 받았다. 그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을 받아들였지만, 그 어떤 인간보다도 빛나는 삶과 유산을 남겼다.
4. 유산
엘로스는 단순한 한 인물을 넘어, 가운데땅 인간 역사의 흐름을 영원히 바꾼 결정적인 인물로 기억된다. 그의 선택과 후손들은 깊은 유산을 남겼다.
4.1. 인간 왕가의 시조
엘로스는 누메노르 왕국의 초대 왕으로서, 모든 인간 왕가의 시조가 되었다. 그의 후손들은 누메노르의 왕위를 계승하며 번영을 이끌었다. 태양 제2시대 말에 누메노르가 몰락한 후, 그의 직계 후손인 엘렌딜과 그의 아들들인 이실두르와 아나리온은 가운데땅으로 돌아와 아르노르와 곤도르라는 두 개의 새로운 인간 왕국을 건국했다. 이로써 엘로스의 혈통은 제3시대에 이르기까지 가운데땅 인간 왕국의 정통성을 이어나가는 뿌리가 되었다. 특히 반지의 전쟁 당시 두네다인의 족장이자 곤도르의 왕위를 되찾은 아라고른 또한 엘로스의 먼 후손이었다.
4.2. 반요정 가계의 재결합
엘로스의 유산은 제3시대에 이르러 상징적인 재결합을 통해 그 의미가 더욱 깊어졌다. 엘로스는 인간의 삶을 택했고, 그의 쌍둥이 형제 엘론드는 요정의 불멸의 삶을 선택하여 리븐델의 영주가 되었다. 이로 인해 반요정 가계는 두 갈래로 나뉘어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나 제3시대 말, 반지의 전쟁이 끝난 후, 엘로스의 직계 후손인 아라고른과 엘론드의 딸 아르웬이 결혼하면서 이 두 가계는 다시 하나로 합쳐지게 되었다. 이 결혼은 요정과 인간의 운명이 다시금 하나로 묶이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으며, 이는 엘로스가 내렸던 운명의 선택이 가져온 모든 역사적 흐름의 최종적인 화합을 의미했다. 아라고른과 아르웬의 아들인 엘다리온은 요정과 인간의 피를 모두 이은 첫 번째 통일 왕국의 왕이 되어 새로운 시대의 막을 열었다.
5. 작품 속 위상과 창작 배경
이 문단에서는 엘로스와 그의 가족이 톨킨의 작품 속에서 가지는 중요한 위상과 더불어, J. R. R. 톨킨이 이들을 창작하는 데 영감을 받은 배경과 신화적 요소들을 상세히 다룬다.
5.1. 톨킨 신화의 기원
엘로스의 아버지 에아렌딜은 J. R. R. 톨킨의 가운데땅 신화의 시작점에 있는 핵심 인물이다. 톨킨은 1914년경 고대 영어 시인 킨울프의 『크리스트 1』에 나오는 "Ēala ēarendel engla beorhtast / ofer middangeard monnum sended영어 (고대)" ("오, 에아렌델, 천사 중 가장 빛나는 자여 / 가운데땅에 인간들에게 보내졌네")라는 구절에 깊은 영감을 받아 『저녁별 에아렌델의 항해』라는 시를 썼는데, 이것이 톨킨 신화의 시작이 되었다. 그는 이 이름이 '새벽을 알리는 별', 즉 금성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옥스퍼드에서 퀘냐어를 개발하던 톨킨은 이 언어에 내재된 역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에아렌딜이 여행 중에 만나는 요정들이 이 언어를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후 그는 에아렌딜의 항해와 그의 배가 별로 변하는 과정을 담은 여러 시를 모아 『에아렌델의 노래』를 작곡했으며, 발리노르와 그곳을 밝히던 두 나무의 이야기가 이 시기에 처음으로 묘사되었다. 이처럼 에아렌딜은 톨킨의 신화적 상상력을 촉발하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5.2. 분열된 빛의 상징
톨킨 학자 벌린 플리거는 톨킨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창조의 순간부터 빛이 점진적으로 분열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빛은 신성한 창조와 작가의 하위 창조를 동시에 상징한다.
실마릴리온에서 빛은 통일된 형태로 시작하며, 창조의 분열과 함께 신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많은 조각으로 나뉜다. 처음에는 일루인과 오르말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등불이 가운데땅을 비추었지만, 타락한 발라 멜코르에 의해 파괴되면서 세상은 조각나고 발라들은 두 나무의 빛으로 밝혀지는 발리노르로 물러난다. 두 나무마저 파괴되자 그 마지막 빛은 실마릴에 담기게 되며, 누메노르의 하얀 나무로 이어지는 어린 묘목 또한 구출된다. 실마릴을 둘러싸고 전쟁이 벌어지고, 결국 실마릴들은 땅, 바다, 그리고 하늘(에아렌딜의 별)로 흩어진다.

항해자 에아렌딜이 그의 배 빙길로테를 타고 하늘을 가로지르며 빛나는 보석(실마릴)을 지닐 때, 그것은 아침별이 된다. 제3시대의 『반지의 제왕』 시점에 이르러서는 그 빛이 에아렌딜의 별에만 남게 된다. 이 별의 빛 일부는 갈라드리엘의 거울에 담기고, 최종적으로는 갈라드리엘의 유리병에 봉인되어 프로도에게 전해진다. 이 유리병의 빛은 사우론의 악하고 강력한 절대반지에 대한 균형추 역할을 한다. 각 단계마다 빛의 분열은 증가하고 그 힘은 감소한다. 이처럼 신성한 힘으로서의 빛이 창조된 존재들의 작업을 통해 분열되고 굴절되는 주제는 톨킨 신화 전체의 중심에 있다.
5.3. 기타 전설의 영향
톨킨의 에아렌딜 전설은 『마비노기온』이나 기독교의 『성 브렌던의 항해록』 등 다른 전설의 요소를 닮은 부분이 있다. 또한 에아렌딜은 고대 영어 전설 속의 인물인 웨이드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웨이드는 바다에 대한 지배력과 초인적인 힘을 가진 존재이다. 이외에도 바다, 배 또는 말, 그리고 전령이나 별을 결합한 인도유럽 신화 속 여러 인물들(예: 베다의 태양신 수리야, 말을 탄 전차로 태양을 끄는 아폴론)이 에아렌딜과 유사성을 공유한다. 제프리 초서의 『상인 이야기』에서는 웨이드의 배 이름이 빙길로테로 언급되며, 이 웨이드는 고대 영어 시 『위드시트』에도 등장한다.
엘로스의 어머니 엘윙이 남편이 헛된 항해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집에 머무는 모습은 "오랜 고통을 겪는 여인"이라는 문학적 모티프와 유사하다. 발라들이 에아렌딜과 엘윙에게 내린 운명 선택은, 톨킨이 "여러 가지 깔끔하지 못한 줄거리 지점"을 한 번에 해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즉, 반요정이었던 이들은 발라들의 땅에 발을 들일 수 없었으며, 그들의 최종 운명 또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의 변모는 에아렌딜의 배가 나는 배로 변하면서 계속되는데, 이는 그가 바다가 아닌 하늘에서 계속 항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도 엘윙은 여전히 집(하얀 탑)에 머무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5.4. 에아렌딜의 노래
『반지의 제왕』에서 가장 긴 시는 빌보가 리븐델에서 부르고 작곡했다고 전해지는 『에아렌딜의 노래』이다. 이 시는 원래 톨킨의 가벼운 시 『방랑벽』(Errantry)에서 파생된 것으로, 매우 복잡한 창작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에아렌딜의 노래』는 톰 시피에 의해 "거의 전례 없는 복잡한 시적 기교로 신호되는 요정적 특징"을 예시한다고 묘사되며, 이는 중세 영어 시 『진주』에서 파생된 접근 방식이다.
6. 족보
엘로스는 요정과 인간의 피가 섞인 반요정 가계의 핵심 인물로, 그의 혈통은 가운데땅의 주요 왕가와 깊이 연결된다. 다음은 엘로스를 중심으로 한 주요 가계도이다.
| 분류 | 내용 |
|---|---|
| 요정 | 요정 (연한 녹색 배경으로 표시) |
| 인간 | 인간 (흰색 배경으로 표시) |
| 마이아 | 마이아 (연한 보라색 배경으로 표시) |
| 반요정 | 반요정 (연한 녹색-파란색 배경으로 표시) |
| 요정의 운명을 선택한 반요정 | 요정의 운명을 선택한 반요정 (반요정 기본 색상에 요정의 녹색 혼합 배경으로 표시) |
| 필멸의 인간 운명을 선택한 반요정 | 필멸의 인간 운명을 선택한 반요정 (반요정 기본 색상에 인간의 흰색 혼합 배경으로 표시) |
| 관계 | 이름 (종족/운명) | 비고 |
|---|---|---|
| 증조할아버지 | 싱골 (요정) | 도리아스의 왕 |
| 증조할머니 | 멜리안 (마이아) | 싱골의 아내 |
| 외할아버지 | 디오르 엘루킬 (반요정) | 싱골과 멜리안의 손자 |
| 외할머니 | 님로스 (요정) | |
| 할아버지 | 투오르 (인간) | 후오르의 아들 |
| 할머니 | 이드릴 (요정) | 투르곤의 딸 |
| 아버지 | 에아렌딜 (반요정, 요정 운명 선택) | 실마릴을 이마에 달고 하늘을 나는 별이 됨 |
| 어머니 | 엘윙 (반요정, 요정 운명 선택) | 실마릴을 지켜냄 |
| 본인 | 엘로스 (반요정, 인간 운명 선택) | 누메노르 초대 왕 |
| 쌍둥이 형제 | 엘론드 (반요정, 요정 운명 선택) | 리븐델의 영주 |
| 아들 | 바란디르 (인간) | 엘로스의 후계자, 2대 누메노르 왕 |
| 먼 후손 | 엘렌딜 (인간) | 아르노르와 곤도르 왕국의 건국자 |
| 먼 후손 | 이실두르 (인간) | 사우론에게서 절대반지를 빼앗음 |
| 먼 후손 | 아나리온 (인간) | 이실두르와 함께 곤도르를 공동 통치 |
| 먼 후손 (제3시대) | 아라고른 (인간) | 아르노르와 곤도르의 재통일 왕국의 왕 |
| 먼 후손의 아내 | 아르웬 (반요정, 인간 운명 선택) | 엘론드의 딸, 아라고른과 결혼하여 요정-인간 가계 재결합 |
| 먼 후손의 자녀 | 엘다리온 (인간) | 아라고른과 아르웬의 아들, 재통일 왕국의 첫 왕 |
7. 같이 보기
- 에아렌딜
- 엘윙
- 엘론드
- 누메노르
- 실마릴리온
- 반지의 제왕
- 아라고른
- 아르웬 운도미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