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모리스 랠프 힐먼(Maurice Ralph Hilleman영어, 1919년 8월 30일 - 2005년 4월 11일)은 미국의 선도적인 미생물학자이자 백신학자로, 평생 동안 40개 이상의 백신을 개발하여 전례 없는 생산성 기록을 세웠다. 한 추정에 따르면 그의 백신은 매년 거의 8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그는 "현대 백신의 아버지"로 불리며,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성공적인 백신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로버트 갈로는 힐먼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백신학자"라고 칭했으며, 일부 연구자들은 그가 20세기 다른 어떤 과학자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했다고 평가한다.
미국에서 현재 일상적으로 권장되는 14가지 백신 중 8가지는 힐먼과 그의 팀이 개발했다. 여기에는 홍역, 볼거리, A형 간염, B형 간염, 수두, Neisseria meningitidis, Streptococcus pneumoniae, Haemophilus influenzae에 대한 백신이 포함된다. 그는 1957년 아시아 독감 팬데믹과 1968년 홍콩 독감 팬데믹 당시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하여 수십만 명의 생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항원 이동 및 항원 표류,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 간염 바이러스, 그리고 잠재적으로 암을 유발하는 SV40 바이러스의 발견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또한 최초로 인터페론을 정제하고, 그 생물학적 구조결정을 밝혀냈으며, 활성 기전을 입증했다.
2. 초기 생애 및 교육
모리스 랠프 힐먼은 1919년 8월 30일 몬태나주 마일스시티 근처의 고원 지역 농가에서 태어났다. 그는 안나(Anna Uelsmann영어)와 구스타프 힐먼(Gustav Hillemann영어)의 여덟 번째 자녀였다. 그의 쌍둥이 누이는 쌍둥이가 태어난 날 사망했고, 그의 어머니는 이틀 후에 사망했다. 그는 삼촌 밥 힐먼(Bob Hilleman영어)의 집에서 자랐으며, 어린 시절 가족 농장에서 일했다. 그는 소년 시절 닭들과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자신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1930년대부터 백신 생산을 위해 수정란이 종종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데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가족은 루터교회 미주리 시노드에 속해 있었다. 8학년 때 그는 찰스 다윈을 접했고, 교회에서 그의 저서 『종의 기원』을 읽다가 들키기도 했다. 훗날 그는 종교를 멀리하게 되었다. 자금 부족으로 인해 그는 거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뻔했다. 그의 큰형이 개입하여 가족의 도움과 장학금을 받아 1941년 몬태나 주립 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는 시카고 대학교에서 펠로우십을 받아 1944년 미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박사 학위 논문은 당시에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고 여겨졌던 클라미디아 감염에 관한 것이었다. 힐먼은 이 감염이 실제로는 세포 내부에서만 성장하는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Chlamydia trachomatis영어)라는 세균종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3. 경력
모리스 힐먼은 평생에 걸쳐 공중 보건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며 백신 개발과 바이러스 연구 분야에서 혁신적인 경력을 쌓았다. 그의 연구는 초기 일본뇌염 백신 개발부터 머크사에서의 광범위한 백신 개발, 그리고 팬데믹 대응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질병 예방에 필수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3.1. 초기 경력
E.R. 스퀴브 앤 선즈(E.R. Squibb & Sons영어, 현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에 합류한 후, 힐먼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태평양 전선의 미국 군대를 위협했던 일본뇌염에 대한 백신을 개발했다.
1948년부터 1957년까지 육군 의학 센터(현 월터 리드 육군 연구소)의 호흡기 질환 부서장으로 재직하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적 변화를 발견했다. 이는 '항원 이동'과 '항원 표류'로 알려진 현상으로, 그는 이를 통해 매년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이 필요할 것이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3.2. 머크(Merck & Co.)에서의 활동
1957년, 힐먼은 머크사(뉴저지주 케닐워스)에 합류하여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새로 설립된 바이러스 및 세포 생물학 연구 부서의 책임자가 되었다. 그가 평생 개발한 40여 종의 실험 및 허가된 동물 및 인간 백신 대부분은 머크사에서 개발된 것이며, 그는 직접 실험실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동시에 과학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힐먼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자문했으며,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에이즈 연구 프로그램 평가실과 국립 예방접종 프로그램의 예방접종 자문 위원회를 포함한 많은 국내외 자문 위원회 및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그는 1984년 의무 은퇴 연령인 65세에 머크 연구소의 수석 부사장직에서 은퇴했으나, 이후 새로 설립된 머크 백신 연구소의 소장으로 2005년 필라델피아에서 사망할 때까지 20년간 계속 근무했다. 사망 당시 그는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소아과 겸임 교수였다.
3.3. 주요 백신 개발
모리스 힐먼은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수많은 백신 개발을 이끌었다. 그의 연구는 팬데믹 대응부터 어린이 질병 예방, 그리고 간염 바이러스 퇴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3.3.1. 인플루엔자 백신 및 팬데믹 대응
힐먼은 1957년 홍콩에서 발생한 아시아 독감이 거대한 팬데믹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가장 먼저 인지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9일 동안 하루 14시간씩 일하며 동료와 함께 이 새로운 독감 균주가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4천만 회분의 백신이 신속하게 준비되어 배포되었다. 이 백신 덕분에 미국에서만 69,000명이 사망했지만, 사망자 수가 훨씬 더 많을 수 있었던 팬데믹 상황에서 수십만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군대에서 공중보건서비스 공로 훈장을 받았다.
1968년 홍콩 독감 팬데믹 기간에도 힐먼과 그의 팀은 백신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4개월 만에 9백만 회분의 백신을 공급했다.
3.3.2. 소아 백신
힐먼과 그의 팀은 미국의 일반적인 백신 접종 일정에서 권장되는 14가지 백신 중 8가지인 홍역, 볼거리, 풍진을 포함한 소아 백신 개발에 큰 공헌을 했다. 이 외에도 수두,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 폐렴구균, 수막염균에 대한 백신을 개발했다.
- 볼거리 백신: 1963년, 그의 딸 제릴 린(Jeryl Lynn영어)이 볼거리에 걸리자, 그는 딸에게서 얻은 검체를 배양하여 이를 볼거리 백신 개발의 기초로 삼았다. '제릴 린 균주(Jeryl Lynn strain영어)'로 명명된 이 볼거리 백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이 균주는 그가 개발한 삼가(홍역, 볼거리, 풍진) MMR 백신에도 사용되었는데, 이는 여러 생바이러스 균주를 통합하여 승인된 최초의 백신이었다. 당시 다른 많은 백신 및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이 백신은 열악한 위생 환경과 비좁은 주거 공간으로 인해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훨씬 높았던 집단 거주 시설의 지적 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시험되었다.
3.3.3. 간염 백신
힐먼과 그의 연구팀은 A형 간염 백신과 B형 간염 백신 개발을 이끌었다.
특히 B형 간염 백신은 혈액 혈청을 펩신, 요소, 포름알데히드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발명되었다. 이 백신은 1981년에 허가되었으나, 1986년 미국에서 회수되고 효모에서 생산된 백신으로 대체되었다. 후자의 백신은 오늘날에도 사용되고 있다. 2003년까지 150개국에서 B형 간염 백신을 사용하게 되었으며, 미국 내 젊은 층에서 B형 간염 발병률이 95% 감소하는 데 기여했다. 힐먼은 B형 간염 백신 연구를 그의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꼽았다. 간 이식 분야의 선구자인 토머스 스타즐은 "B형 간염 바이러스 역병을 통제한 것은 20세기 인류 건강에 가장 뛰어난 공헌 중 하나이며... 모리스는 장기 이식 분야의 가장 중요한 장애물 중 하나를 제거했다"고 평가했다.
3.4. 기타 과학적 기여
힐먼은 소아마비 백신에 원숭이 바이러스가 오염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한 백신 선구자 중 한 명이었다. 이 바이러스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SV40으로, 소아마비 백신 오염원으로 발견되면서 1961년 조너스 소크의 백신이 회수되고 앨버트 세이빈의 경구용 백신으로 대체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오염은 두 백신 모두에서 매우 낮은 수준으로 발생했지만, 경구용 백신은 주사하는 대신 섭취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어떤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
또한 아데노바이러스(감기를 유발함), 간염 바이러스, 그리고 잠재적으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SV40 바이러스의 발견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또한 최초로 인터페론을 정제하고, 그 생물학적 구조결정을 밝혀냈으며, 활성 기전을 입증했다.
4. 연구 방법론 및 성격
힐먼은 단호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주장에 대해서는 겸손했다. 그가 개발한 백신이나 발견 중 어느 것도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연구실을 군대처럼 운영했으며, 자신이 모든 것을 지휘했다. 한때 그는 해고된 직원들을 상징하는 '줄어든 머리'(실제로는 자녀 중 한 명이 만든 가짜)들을 사무실에 진열해 놓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욕설과 폭언을 거리낌 없이 사용했으며, 한 번은 머크사의 중간 관리자들을 더 예의 바르게 만들기 위한 의무적인 "매너 교육(charm school영어)"에 참석하기를 거부하기도 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부하 직원들은 그에게 맹렬히 충성했다.
5. 수상 및 영예
힐먼은 미국 국립과학원, 미국 의학한림원, 미국 예술 과학 아카데미, 미국 철학회의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1988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그에게 미국 최고의 과학 영예인 미국 국가 과학 메달을 수여했다.
그는 공중 보건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태국 국왕으로부터 프린스 마히돌 상을 받았으며, 세계보건기구로부터 특별 평생 공로상, 메리 우드워드 래스커 공공 서비스상, 세이빈 금메달 및 평생 공로상을 수상했다. 1975년에는 미국 성취 아카데미의 골든 플레이트 상을 받았다. 1989년에는 로베르트 코흐 상의 코흐 금메달을 수상했다.
6. 유산 및 평가
모리스 힐먼은 그의 혁신적인 백신 개발과 공중 보건에 대한 헌신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한 명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의 업적은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경감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후대에 다양한 방식으로 기념되고 있다.
6.1. 영향력 및 인정
HIV를 공동 발견한 로버트 갈로는 2005년에 "만약 인간 건강에 더 많은 공헌을 하고도 가장 적게 인정받은 한 사람을 꼽으라면, 그것은 모리스 힐먼일 것이다. 모리스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백신학자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 소장 앤서니 파우치는 2005년에 "힐먼의 공헌은 일반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다. 백신학 분야 전체를 통틀어 그보다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파우치는 "힐먼은 20세기 과학, 의학, 공중 보건 분야의 진정한 거인 중 한 명이다. 모리스가 세상을 바꿨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2007년, 앤서니 파우치는 힐먼의 전기 회고록에서 "모리스는 아마도 20세기 공중 보건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일 것이다. 그가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그의 작업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면하게 된 것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의 경력 동안 모리스와 그의 동료들은 40개 이상의 백신을 개발했다. 현재 미국에서 권장되는 14가지 백신 중 8가지는 모리스가 개발했다"고 썼다.
6.2. 비판 및 논란
힐먼은 폴리오 백신에 원숭이 바이러스가 오염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한 백신 선구자 중 한 명이었다. 이 바이러스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SV40으로, 1961년 조너스 소크의 폴리오 백신에 SV40 바이러스가 오염된 문제가 제기되고, 이후 앨버트 세이빈의 경구용 백신으로 대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오염 수준은 두 백신 모두 매우 낮은 수준이었으나, 경구용 백신은 주사하는 대신 섭취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
볼거리 백신 개발 과정에서 지적 장애 아동들이 거주하는 집단 시설에서 백신 시험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윤리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당시 이러한 환경의 아동들은 열악한 위생 및 비좁은 공간으로 인해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 연구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6.3. 기념 및 추모
2005년 3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와 필라델피아 아동 병원은 머크 재단과 협력하여 '모리스 R. 힐먼 백신학 석좌 교수직(The Maurice R. Hilleman Chair in Vaccinology영어)'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2007년 폴 오핏은 힐먼의 전기를 담은 『백신 접종: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질병을 물리치기 위한 한 남자의 탐구(Vaccinated: One Man's Quest to Defeat the World's Deadliest Diseases영어)』를 출간했다. 일본에서는 『恐ろしい感染症からたくさんの命を救った現代ワクチンの父の物語두려운 감염병으로부터 많은 생명을 구한 현대 백신의 아버지 이야기일본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2008년 머크사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에 위치한 백신 제조 시설에 그의 이름을 따 '모리스 R. 힐먼 백신 제조 센터(Maurice R. Hilleman Center for Vaccine Manufacturing영어)'를 명명했다.
2009년 미국 미생물학회(ASM)는 병원균 연구, 백신 발견 및 개발, 또는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 통제에 주요 공헌을 한 사람을 기리기 위해 '모리스 힐먼/머크 백신학 상(Maurice Hilleman/Merck Award in Vaccinology영어)'을 제정했다. 이 연례상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수여되었다. 초대 수상자는 스탠리 플로트킨이었으며, 이후 새뮤얼 L. 캐츠(2010), 앨버트 Z. 카피키언(2011), 마이런 레빈(2012), 에밀 고츠리히와 R. 그윈 폴리스-셰브론(2013), 댄 M. 그라노프(2014), 피터 팔레세(2016), 스티븐 화이트헤드(2018) 등이 수상했다.
2016년에는 힐먼의 생애와 경력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http://hillemanfilm.com 힐먼: 세상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위험한 탐구](Hilleman: A Perilous Quest to Save the World's Children영어)』가 메디컬 히스토리 픽처스(Medical History Pictures, Inc.영어)에 의해 개봉되었다.
2016년 몬태나 주립 대학교는 그의 이름을 딴 '힐먼 장학금 프로그램(Hilleman Scholars Program영어)'을 신설하여 "평범한 기대를 넘어선 교육에 전념하고 미래의 학자들을 도울 것"을 약속하는 신입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