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등비(鄧飛)는 중국의 고전 소설이자 사대기서 중 하나인 《수호전》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이다. 그는 양산박의 108호한(好漢) 중 49위이자 지살성(地煞星)의 지합성(地闔星)에 해당한다. 그의 별호는 '화안산예(火眼狻猊)'로, '화안'은 붉은 눈을, '산예'는 용생구자 중 하나로 사자와 유사한 전설 속 동물을 의미한다. 등비는 붉은 눈을 가지게 된 것이 인육을 섭취했기 때문이라는 설정이 있으며, 철쇄(鐵鏈)를 주 무기로 사용한다. 그는 본래 음마천(飲馬川)에서 배선, 맹강 등과 함께 도적 무리를 이끌었으며, 대종에 의해 양산박에 합류하게 된다. 양산박 합류 후에는 마군장 및 척후두령의 직책을 맡아 요나라 정벌과 방랍 정벌 등 주요 전투에 참여했으며, 특히 방랍 정벌 중 항주 전투에서 적장 석보에게 전사한다.

2. 인물 정보
등비의 출신 배경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 그의 특징적인 별호와 외모, 그리고 주 무기에 대해 상세히 다룬다.
2.1. 출신 및 고향
등비는 개천군(蓋天軍) 양양부(襄陽府) 출신이다. 양양부는 현재 후베이성(湖北) 샹양시(襄陽市)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그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2.2. 별호와 외모
등비의 별호는 '화안산예(火眼狻猊)'이다. 이 별호는 그의 외모적 특징과 전설 속 동물의 이름을 결합한 것이다.
- 화안(火眼): '붉은 눈'을 의미하며, 등비의 눈이 핏발이 서거나 붉게 충혈된 모습을 묘사한다. 소설에서는 등비의 눈이 붉은 이유가 인육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언급된다.
- 산예(狻猊):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동물로, 용생구자(龍生九子) 중 하나이다. 주로 사자(獅子)와 유사한 모습으로 묘사되며, 강하고 용맹한 이미지를 지닌다.
2.3. 무기
등비가 사용하는 주 무기는 철쇄(鐵鏈)이다. 이는 긴 쇠사슬을 의미하며, 때로는 끝에 쇠추나 날카로운 돌기가 달린 형태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는 이 철쇄를 능숙하게 다루는 명수로 알려져 있다.
3. 초기 생애 및 도적 활동
등비가 양산박에 합류하기 전, 그의 초기 생애와 도적 생활에 대해 기술한다.
3.1. 음마천에서의 도적 활동
등비는 처음에는 금표자(錦豹子) 양림 등과 함께 도적 활동을 하던 동료였다. 이후 그는 음마천(飲馬川; 현재 톈진시(天津市) 지저우구(薊州區) 인근)으로 근거지를 옮겨 옥번간(玉幡竿) 맹강과 함께 산적 무리를 이끌기 시작했다. 후에 무고한 죄로 사문도(沙門島)로 유배되어 음마천 근처를 호송되던 철면공목(鐵面孔目) 배선을 자신들의 무리로 데려와 수령으로 추대하고, 등비 자신은 음마천의 제2위 두령이 되었다.
3.2. 양림과의 관계
등비는 양림과는 오랜 친구이자 옛 도적 동료였다. 이러한 인연은 훗날 등비가 양산박에 합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4. 양산박 합류 과정
등비가 양산박의 108호한 중 한 명으로 합류하게 되는 과정을 상세히 기술한다.
4.1. 대종에 의한 영입
양산박의 두령인 송강은 고향인 계주(薊州)로 돌아간 뒤 소식이 없는 입운룡(入雲龍) 공손승을 다시 양산박으로 데려오기 위해 신행태보(神行太保) 대종을 파견한다. 대종은 공손승을 찾아가는 도중 양림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양림의 소개로 음마천의 세 두령인 등비, 맹강, 배선을 알게 된다. 대종은 이들과 의기투합하여 친분을 쌓는다.
공손승의 소식을 찾지 못하고 양산박으로 돌아오던 길에 대종은 음마천의 세 두령에게 양산박 합류를 제안한다. 등비, 맹강, 배선은 이미 공명(公明) 송강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대종의 제안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무리와 함께 양산박으로 들어가 108호한의 일원이 된다.
5. 양산박에서의 역할 및 주요 전투
양산박에 합류한 후 등비가 참여한 주요 작전과 그의 역할을 다룬다.
5.1. 군사적 직책 및 순위
등비는 양산박의 108호한이 모두 모인 대취의(大聚義) 이후, 지합성(地闔星)의 자리에 오르며 49위의 순위를 부여받는다. 그는 주로 마군장(馬軍將)의 직책을 맡아 기마 전투에서 활약했다. 또한, 마군소표장(馬軍小彪將) 겸 척후두령(斥候頭領)의 제16위로 임명되어, 전투 시 선봉에서 적의 동태를 살피고 아군의 진격로를 확보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일부 기록에서는 쌍편(雙鞭) 동평의 부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5.2. 주요 전투 참가
등비는 양산박이 송나라 조정에 귀순하기 전부터 여러 전투에 참여하여 전공을 세웠다. 특히 축가장과의 합전에서는 진명을 구하려다 포로로 잡히기도 했으나, 손립 등의 내응으로 축가장이 함락될 때 활약했다. 이후 고당주 공격, 증두시 공격, 북경 대명부 공격, 동창부 공격 등 양산박의 주요 외정에도 마군장으로서 꾸준히 참여했다. 양산박이 송나라 조정에 귀순한 후에는 요나라 정벌과 송나라 내부의 반란군 진압 등 대규모 원정에 참여하여 활약했다.
5.2.1. 요나라 정벌
등비는 양산박군이 요나라를 정벌하는 과정에서 마군장으로서 여러 전투에 참여하여 활약했다. 그의 용맹함과 철쇄를 이용한 전투 능력은 요나라군과의 교전에서 빛을 발했다.
5.2.2. 방랍 정벌
등비는 양산박의 마지막 대규모 원정인 방랍 정벌에도 참여했다. 특히 독송관(獨松關) 공격 전, 등비는 구붕(歐鵬), 이충, 주통과 함께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지형을 살피던 중 갑작스러운 적군의 기습을 받아 주통이 전사하는 위기를 겪었으나, 등비는 간신히 탈출하여 목숨을 건졌다.
이후 노준의가 이끄는 군대가 독송관을 함락시키고, 송강의 군대와 합류하여 항주를 공격하게 된다. 등비는 색초 등과 함께 항주의 북문을 공격하는 임무를 맡아 전투에 참여했다.
6. 사망
등비의 죽음에 이르게 된 전투 상황과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상세히 기술한다.
6.1. 항주 전투에서의 최후
등비는 방랍 정벌 중 항주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항주 북문 전투에서 양산박의 용맹한 장수 급선봉(急先鋒) 색초가 적장 석보의 유성추(流星錘)에 맞아 말에서 떨어져 전사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모습을 본 등비는 친구의 죽음에 분노하며 복수심에 불타 석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석보는 이미 색초를 쓰러뜨린 후 재빨리 말을 돌려 등비에게 역습을 가했다. 등비는 석보의 칼에 맞고 몸이 두 동강 나면서 색초의 뒤를 이어 전사하고 만다. 그의 죽음은 양산박군에게 큰 손실로 기록되었다.
7. 이야기 속에서의 위치와 해석
등비의 별호가 지닌 상징성, 108호한 중 그의 위치 등 이야기 속에서의 역할과 관련된 해석을 다룬다.
등비의 별호인 '화안산예'는 그의 강렬한 외모와 용맹함을 상징한다. 특히 붉은 눈이 인육 섭취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정은 그의 과거가 평범하지 않은 잔혹한 도적이었음을 암시하며, 양산박 호한들의 다양한 배경을 보여주는 요소 중 하나이다.
그는 108호한 중 49위, 즉 지살성에 속하는 인물로, 양산박 내에서 중견급 장수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의 주요 직책인 마군장 및 척후두령은 전투의 선봉에서 적과 직접 맞서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위험한 임무를 맡았음을 보여준다. 이는 그의 용기와 무력을 강조한다.
비록 그의 최후가 항주 전투에서 적장 석보에게 전사하는 비극적인 결말이었지만, 색초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으로 달려들었다는 점은 동료에 대한 강한 의리와 충성심을 보여준다. 등비는 비록 주연급 인물은 아니지만, 양산박의 다양한 영웅들 중 한 명으로서 이야기의 깊이를 더하고, 호한들의 희생과 비극적인 결말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하나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