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프레더릭 찰스 바틀릿 경(Sir Frederic Charles Bartlett영어)은 영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케임브리지 대학교 최초의 실험심리학 교수이다. 그는 인지심리학과 문화심리학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으며, 자신의 인지심리학 연구 대부분을 사회심리학의 일환으로 여겼다. 바틀릿은 인류학, 도덕 철학, 철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스스로를 "케임브리지 심리학자"라고 자부했다. 그의 연구는 기억의 재구성적 본질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특히 문화적 맥락과 사회적 요인이 인간의 인지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여 현대 심리학의 기초를 다졌다. 그는 헬만 에빙하우스의 무의미 재료를 사용한 기억 연구와 달리, 유의미한 재료와 일상적인 맥락 속에서 기억의 변용을 실험적으로 탐구하며 스키마 개념을 정립하여 현대 인지심리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 생애
프레더릭 바틀릿의 생애는 어린 시절의 건강 문제부터 학문적 성장, 그리고 전시 응용 심리학에 대한 기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경험으로 이루어져 있다.
2.1. 어린 시절과 교육
프레더릭 바틀릿은 1886년 10월 20일 영국 글로스터셔주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흉막염을 앓아 중등 교육 기간 동안 홈스쿨링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골프, 테니스, 크리켓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며 건강을 관리했다.
1909년, 그는 런던 대학교의 통신 과정인 유니버시티 코레스폰던스 칼리지에서 철학 학사 학위를 최우수 졸업으로 마쳤다. 이어서 런던 대학교에서 윤리학과 사회학을 전공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케임브리지 대학교 세인트 존스 칼리지에서 도덕 철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곳에서 찰스 새뮤얼 마이어스(Charles Samuel Myers), 당시 케임브리지 심리학 연구소장을 만났다. 어린 시절의 질병 여파로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지 못했으며, 1914년 마이어스 소장이 의무관으로 징집되면서 케임브리지 심리학 연구소의 부소장을 맡게 되었다.
2.2. 학문 경력
바틀릿은 부소장으로 재직하며 지각과 심상에 대한 실험 연구에 집중했고, 이러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1917년 연구원으로 임명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마이어스 소장이 케임브리지를 떠나면서 학과 강의에 필요한 상당한 기부금을 남겼고, 바틀릿은 연구소장이자 실험심리학 강사로 임명되었다. 그는 이후 선임 강사(Senior Lecturer)로 승진하여 1969년 82세로 사망할 때까지 그 직위를 유지했다.
2.3. 전쟁 노력 및 응용 심리학
저서 Remembering(1932)을 출판한 이후, 바틀릿은 심리학과 인류학을 결합하여 사회심리학의 방법론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1935년부터 1938년까지 심리학, 인류학, 사회학 분야의 동료들과 연간 두 차례 만나 협력 연구를 진행했다. 그의 응용심리학에 대한 관심은 특히 군사 분야로 확대되었으며, 이는 케임브리지 산업 연구소 내에 응용 심리학 부서(Applied Psychology Unit, APU)가 설립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1944년, 바틀릿은 케네스 크레이크와 함께 영국 의학 연구 위원회의 응용 심리학 연구소(APU)를 케임브리지에 설립하는 데 기여했으며, 그곳에서 실험심리학자 매그달렌 도로시아 버논(Magdalen Dorothea Vernon)과 함께 연구했다. 이들의 응용 연구는 정부 기관의 요청에 따라 훈련 및 실험 설계 문제에 집중되었다. 1945년 크레이크가 일찍 사망한 후, 바틀릿은 이 부서의 책임자가 되었다. 그는 군사 노력을 위한 강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크레이크의 "신체 기술"에 대한 이전 연구를 확장하는 데 몰두했다. 이는 어린 시절의 스포츠에 대한 그의 열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이 시기에 영국과 미국 기관들은 새로운 상황에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적응적 움직임의 통합에 대한 그의 설명에 대해 수많은 상을 수여했다. 바틀릿은 전쟁 중 응용 심리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48년 영국 왕립공군에 대한 봉사로 기사작위를 받았다.
3. 주요 연구 및 저작
프레더릭 바틀릿의 학문적 성과는 인간의 인지 과정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제공했으며, 특히 기억과 사고의 재구성적 본질을 밝히는 데 집중되었다.
3.1. Psychology and Primitive Culture (1923)
Psychology and Primitive Culture(1923)는 바틀릿의 심리학 분야 첫 저서로, 문화적 맥락에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틀을 개발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가장 유명한 실험 연구와는 대조적으로, 인류학적 자료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전개했다. 사실 바틀릿은 원래 인류학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스승인 W.H.R. 리버스(W.H.R. Rivers)의 권유로 먼저 심리학 훈련을 받았다. 이 책에서 그는 특히 여러 집단이 서로 접촉할 때 발생하는 현상과, 집단 간의 문화 교류 및 수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탐구했다. 이 책은 또한 뤼시앵 레비-브륄(Lucien Lévy-Bruhl)의 '원시인의 마음' 개념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3.2. Remembering (1932)
Remembering(1932)은 바틀릿이 케임브리지 대학교 실험심리학과 학과장 재직 시절 출판한 그의 가장 유명한 저서이다. 이 책은 심리학에서 '관습화'라는 바틀릿의 개념을 탐구했다. 이는 과거의 연구들을 집대성한 것으로, 도형, 사진, 이야기를 사용하여 기억 능력을 테스트한 실험들을 포함했다. 특히 Remembering은 기억, 심상, 지각에 대한 실험 연구와 "사회심리학적 연구로서의 기억"으로 구성되었다. 그의 기억 이론은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조건들과 "자유로운 기억"을 특정 기억 상황과 비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책은 바틀릿의 스키마 이론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제공했으며, 이 이론은 오늘날까지 스키마 이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바틀릿은 또한 이 책에 기술된 연구들을 바탕으로 정보 전승 사슬 방법을 고안한 것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3.2.1. '유령의 전쟁' 실험
Remembering(1932)에 실린 '유령의 전쟁' 실험은 바틀릿의 가장 유명한 연구로, 기억의 재구성적 본질과 피험자 자신의 스키마가 기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기억이 재구성적이라는 것은 개인이 자신의 경험, 지식, 기대와 같은 추가적인 영향과 함께 기억 속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제시한다는 의미이다.
이 실험에서 바틀릿은 에드워드 시대 영국의 참가자들에게 아메리카 원주민의 민담인 "유령의 전쟁"(War of the Ghosts)이라는 이야기를 읽게 했다. 참가자들은 확장된 간격으로 여러 번 이야기를 기억해내도록 요청받았다. 바틀릿은 이야기를 읽고 기억하는 데 더 긴 간격이 있을수록 참가자들의 기억 정확도가 떨어지고 이야기의 많은 정보를 잊어버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야기의 요소들이 청자의 스키마에 맞지 않을 때, 이 요소들이 회상에서 생략되거나 더 친숙한 형태로 변형되었다는 것이다. 각 참가자의 이야기 회상은 그들 자신의 문화, 즉 에드워드 시대 영국 문화를 반영했다. 예를 들어, 일부 참가자들은 이야기 속 "카누"를 "보트"로 기억하는 경우가 있었다.
3.3. Thinking (1958)
1958년, 바틀릿은 Thinking: An Experimental and Social Study를 출판했다. 그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사고 과정을 인지했으며, 이는 이야기 회상과 같은 Remembering(1932)에서 사용했던 방법들과 연결된다. 이 책에서는 참가자들에게 미완성된 이야기를 보여주고 현실적으로 완성하도록 하는 '완성 실험'이 수행되었다. 그는 "완성은 무의식적으로도 나타나며, 과거 경험을 조직하는 방식으로서 스키마가 어떻게 구성적이고 예측적인 과정으로 이끄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3.4. 기타 저술 및 연구
프레더릭 바틀릿은 위에 언급된 주요 저작들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학문적 기여를 했다. 그의 다른 주요 저서로는 Psychology and the Soldier(1927)가 있으며, 이는 군인들의 심리를 다룬다. 또한 The Problem of Noise(1934)는 소음 문제에 대한 연구를, Political Propaganda(1940)는 정치 선전의 심리학적 측면을 탐구했다. 이 외에도 Religion as Experience, Belief and Action(1950)과 The Mind at Work and Play(1951) 등의 저서를 통해 그의 폭넓은 학문적 관심을 엿볼 수 있다.
4. 사상 및 접근 방식
바틀릿은 자신의 인지심리학 연구 대부분을 사회심리학의 일부로 간주했으며, 이는 그의 독특한 학문적 접근 방식을 잘 보여준다. 그는 심리학을 단일 분야로 국한하지 않고 인류학, 철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통합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는 그가 스스로를 "케임브리지 심리학자"라고 자랑스럽게 칭했던 이유 중 하나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특정 심리학 분야에만 안주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는 헬만 에빙하우스 이후 무의미한 재료를 사용한 기억 연구가 주류를 이루던 방식에 반대하며, 유의미한 재료를 활용한 기억 변용 실험을 통해 스키마 개념을 제안했다. 바틀릿은 인간의 기억, 지각, 사고가 일상적인 맥락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변용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특히 문화와 사회적 요인이 개인의 인지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그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단순한 인지 기능의 분석을 넘어, 복잡한 사회 문화적 상호작용 속에서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이해하려는 시도로, 현대 인지심리학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5. 수상 및 영예
프레더릭 바틀릿은 그의 학문적 업적과 사회적 기여를 인정받아 생애 동안 수많은 수상과 영예를 얻었다.
- 1922년: 케임브리지 심리학 연구소장 임명
- 1931년: 실험심리학과 교수직 임명
- 1932년: 왕립학회 회원(FRS)으로 선출
- 1937년: 아테네 대학교 명예 학위 수여
- 1941년: 대영 제국 훈장(CBE) 수훈
- 1943년: 왕립학회 메달 수상
- 1944년: 응용 심리학 연구 부서(APU) 소장 임명
- 1945년: 미국 철학 학회 회원으로 선출
- 1947년: 프린스턴 대학교 명예 학위 수여
- 1947년: 미국 과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
- 1948년: 왕립 연구소 크리스마스 강연 '일하고 노는 마음'(The Mind at Work and Play) 강연
- 1948년: 영국 왕립공군에 대한 봉사로 기사작위(Knight Bachelor) 서임
- 1949년: 런던 대학교 및 루뱅 가톨릭 대학교(University of Louvain) 명예 학위 수여
- 1950년: 영국 심리학회 회장 취임
- 1951년: 은퇴
- 1952년: 로열 메달 수상
- 1952년: 항공우주의학협회 롱에이커상(Longacre Award) 수상
- 1952년 ~ 1963년: 스페인, 스웨덴, 이탈리아, 터키, 스위스의 국립 심리학회 명예 회원으로 선출
- 1956년: 왕립학회 크루니언 메달 수상
- 1958년: 국제 실험심리학회에서 인정받음
- 1958년: 미국 예술 과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
- 1959년: 북미 국립 과학 아카데미와 북미 예술 아카데미의 외국인 준회원으로 선정
오늘날, 영국 인체공학회(UK Ergonomics Society)는 그의 이름을 기리는 바틀릿 메달을 수여하며, 실험심리학회에서는 매년 바틀릿 강연을 개최하고 있다.
6. 유산 및 영향력
프레더릭 바틀릿의 학문적 유산은 현대 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 문화심리학을 비롯한 여러 관련 학문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기억에 대한 스키마 이론을 제시하여 기억이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고 인출하는 과정이 아니라, 기존 지식과 경험에 기반하여 정보를 능동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임을 밝힌 것이다. 특히 '유령의 전쟁' 실험을 통해 기억의 재구성적 본질을 명확히 입증했으며, 이는 기억 연구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바틀릿의 연구는 정보 전승 사슬 방법과 같은 혁신적인 방법론을 도입하여, 문화적 전달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인지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적으로 탐구하는 길을 열었다. 그는 인지심리학을 사회심리학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를 통해 인류학, 철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통합을 시도했으며, 이는 학제 간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사상은 헬만 에빙하우스의 무의미 재료 중심의 기억 연구를 넘어, 유의미한 재료와 실제 생활 맥락 속에서 인간의 인지 과정을 탐구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함으로써 심리학 연구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바틀릿의 연구는 단순한 실험실 연구를 넘어 응용심리학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제2차 세계 대전 중 군사 및 정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그의 이론적 지식을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함으로써 응용심리학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그의 학문적 접근과 통찰은 오늘날에도 기억, 사고, 문화심리학 연구의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으며, 그의 이름으로 수여되는 상과 강연은 그의 지속적인 영향력을 보여준다.
7. 저서 목록
프레더릭 바틀릿이 출판한 주요 저서들은 다음과 같다.
- Exercises in logic (1922)
- [https://web.archive.org/web/20120220083330/http://www.ppsis.cam.ac.uk/bartlett/PrimCult/PsyPrimContents.htm Psychology and Primitive Culture] (1923)
- [https://web.archive.org/web/20120220083337/http://www.ppsis.cam.ac.uk/bartlett/Psych%20of%20Soldier/Psych%20of%20Soldier%20Contents.html Psychology And The Soldier] (1927)
- [http://www.bartlett.psychol.cam.ac.uk/TheoryOfRemembering.htm Remembering: A Study in Experimental and Social Psychology] (1932)
- [https://web.archive.org/web/20120220083415/http://www.ppsis.cam.ac.uk/bartlett/The%20Problem%20of%20Noise/Problem%20of%20Noise%20Contents.html The Problem of Noise] (1934)
- [https://web.archive.org/web/20120220083456/http://www.ppsis.cam.ac.uk/bartlett/Political%20Propa/Political%20Prop%20Contents.html Political Propaganda] (1940)
- [https://web.archive.org/web/20150328050712/http://www.bartlett.psychol.cam.ac.uk/Religion%20as%20Experience%20Belief%20and%20Action.html Religion as Experience, Belief and Action] (1950)
- [https://web.archive.org/web/20120220083525/http://www.ppsis.cam.ac.uk/bartlett/TheMindat/TheMindContents.htm The Mind at Work and Play] (1951)
- [https://web.archive.org/web/20120220083522/http://www.ppsis.cam.ac.uk/bartlett/Thinking/ThinkingContents.htm Thinking: An Experimental and Social Study] (1958)